'준비된 지점장을 뽑습니다.'

은행권에 지점장 내부 공모제가 확산되고 있다.

내부 공모제란 행내 공개경쟁을 통해 지점장을 선발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경우 지원자가 많아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개설 예정인 구로중앙지점,금천구 가산디지털밸리지점,도봉구 쌍문역지점과 강원도 원주단구지점 등 4개 점포를 이끌 지점장을 14일까지 공개 모집한다.

대상은 부부장급(3급 3호봉) 이상으로 지원자는 자신만의 점포운영 계획서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1차 점포운영 계획서 평가와 2차 영업전략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점포 특성에 맞는 지점장을 뽑아 신설 점포의 손익 분기점을 조기 달성하는 한편 의욕과 능력을 갖춘 지점장을 발굴해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연내 신설 예정인 분당구미동지점,동국대지점 등 8개 지점에 대해 8일부터 14일까지 지점장 후보 신청을 받고 있다.

분당구미동 지점 등 5개 지점은 부서장급 이상,동국대지점 등 3개 지점은 부부장급 이상 지원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본부 부서나 해외 점포는 가끔 공모를 해왔지만 일반 지점장을 공모를 통해 뽑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 인사 발령을 낸 PB센터 개설준비위원장 8명 모두를 내부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번 공모를 통해 140명의 예비 지점장 후보군을 확보했다.

이들 예비 지점장 후보는 향후 신설 점포에 단계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7월 초 신설 및 저성장 지점을 맡을 지점장 2명을 뽑은 뒤 최근 정기 인사를 통해 해당 지점에 배치했다.

당시 공모에는 22명이 지원,11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본격적인 지점장 내부 공모제의 원조는 SC제일은행이다.

SC제일은행은 2005년 1000만원의 현금보너스를 내걸고 지점장 공모에 나선 이래 지금껏 총 10명의 예비 지점장을 선발,이 중 3명을 일선에 배치했다.

당시 1호 공모 지점장으로 뽑힌 박경진 강남 중앙센터 지점장은 불과 32세의 나이로 지점장 타이틀을 달아 화제가 됐다.

또 3호 공모 지점장인 이환형 압구정역지점 지점장은 지점의 컨셉트에서부터 마케팅 및 세일즈 기획,인테리어까지 직접 담당해 '디자이너 지점장' 시대를 열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배치된 3명의 공모 지점장 모두 불과 개점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등 탁월한 실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방은행들도 지점장 공모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모제가 확산되는 것은 은행 간 영업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직급에 관계없이 창의력과 추진력을 갖춘 우수 인력을 선발해 시장을 선점하고 조기에 수익을 올리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전쟁에서 현장 지휘관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짐에 따라 '준비된 지점장'을 뽑아 영업력을 높이자는 취지"라며 "지점장 공모제 확산은 은행권의 직급 파괴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