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줄기차게 이어졌던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거래일 기준 19일 만에 멈췄다.

외국인은 9일 545억원어치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최근의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는 거래일 기준 역대 4번째다.

전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진단한 데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되면서 일부 외국인이 오랜만에 매수세에 가담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아직 남아 있어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순매수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다만 집중적인 매도 공세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돌아온 외국인 무슨 종목 사나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기조를 돌려놨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전일까지 18일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조5654억원에 달했다.

6월 말부터 '팔자'로 돌아선 외국인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증시를 강타한 7월 중순 이후 공세가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돌아온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1452억원어치를 비롯해 삼성물산(521억원) 신세계(367억원) 우리금융(235억원) 하이닉스(234억원) 포스코(164억원) 두산중공업(109억원) 한화(102억원) 삼성전기(101억원) 등을 1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최근 외국인이 3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수 흐름은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UBS증권이 과거 4차례에 걸친 '외국인 3개월 연속 순매도 후 코스피지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1개월 후 평균 6.5% 올랐으며 3개월 후엔 13.2% 상승했다.

장영우 UBS증권 리서치부문 대표는 "외국인 3개월 연속 순매도 후 지수 흐름을 감안하면 최근 장세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매수 지속 가능성은 낮아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외국인의 순매도 공세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매도 강도는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긴 했지만 총매도액은 최근과 비슷한 1조6073억원에 달했다"며 "따라서 다수의 외국인은 기존의 매도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인이 미국 증시 안정과 북핵문제 해결 가능성 등에 주목하고 매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35%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주요 이머징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작년 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가정해도 올해 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아직 매도 여력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기조적으로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다만 외국인의 추가 매도 강도는 약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소민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의 한국 관련 펀드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외국인이 더 이상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시작된 6월 초 이후 약 4조원에 이르는 외국인 보유 주식의 평가금액 증가분이 추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시장에서 큰 부담 없이 소화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영/서정환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