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부산에는 이름난 맛집이 많은 편이다.

오랜 세월 변함없는 손맛으로 전국의 식도락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곳이 꽤 된다.

부산에 사는 '부산 갈매기'들도 모르는 '숨은 맛집'이 제법 많다.

허름하지만 음식의 맛과 정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그런 곳들이다.

수영구 민락동 민락어패류시장 안에 있는 '삼삼횟집'(051-753-6471)은 허름하고 비좁은 데다 서비스도 별로지만 맛 하나만큼은 최고로 쳐주는 곳이다.

시장 입구 바로 앞의 지하로 내려가면 식당 문이 보인다.

# 싱싱한 도미ㆍ광어회 일품

이곳은 수산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초장집' 스타일로 운영된다.

주변 횟집에서 횟거리를 사와 회를 떠달라고 하면 된다.

양념이나 반찬 값만 내면 된다.


단골들은 횟거리를 사지 않고 들어와 주인 아저씨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주문한다.

주인이 없으면 일하는 아주머니들에게 횟거리를 사오라고 하기도 한다.

전화를 해서 주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주인 아저씨의 회뜨는 솜씨를 따를 사람이 없어서다.

반찬은 쌈과 야채무침이 전부다.

여느 횟집에서 내놓는 곁들이 반찬은 하나도 없다.

야채무침이 회를 먹는 사이사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 먼저 광어회를 내놓는다.

대충 썰어 접시에 담아주는 듯하지만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초밥용 밥을 접시에 내준다.

이 밥에 회를 올려 '자가제조 초밥'을 먹을 수 있다.

다음에는 뜨거운 물로 껍질을 살짝 익힌 도미회가 나온다.

역시 회와 함께 초밥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회를 먹고 나면 나오는 지리도 담백하고 깔끔하니 좋다.

1인당 2만5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저녁에는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 다양한 어묵과 비빔국수

부산진구 범전동에 가면 50년이나 된 '오뎅집'(017-615-6445)이 있다.

외관에서 연륜이 느껴진다.

주인 노부부가 연로한 데다 이 일대에 놀이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맛있는 어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집에서 어묵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일본 어묵과는 다른 한국적인 어묵 맛을 즐길 수 있다.

매운 어묵,오징어가 든 어묵 등 여러 종류의 어묵이 있다.

이곳을 특히 유명하게 만든 것은 소 힘줄(일명 스지)로 만든 꼬치다.

세 차례 삶아서 만든다는데 냄새도 없고 쫄깃쫄깃하며 맛나다.

어묵꼬치는 1개에 400원이고 스지꼬치는 800원이다.

다 먹고 나면 꼬치 개수를 세어 계산한다.

어묵을 먹은 뒤 빨갛게 양념한 '비빔국수'를 놓치면 안 된다.

양념 맛이 일품이다.

2500원짜리인데 양이 푸짐하다.

# 전망ㆍ맛 좋은 이탈리안 푸드

민락동 부산MBC 근처에는 가정식 백반을 파는 '소예'(051-752-1727)라는 곳이 있다.

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바로 문을 닫는 곳으로 유명하다.

테이블이 5∼6개밖에 되지 않는 미니 맛집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요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해 그날그날 정갈한 반찬으로 손님을 맞는다.

손맛 묻어나는 음식이 가득한 밥상을 받고 5000원만 내기가 미안할 정도다.

해운대쪽으로 가면 바다가 보이는 전망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볼 만하다.

해운대 한화리조트 32층에 있는 '클라우드 32'(051-749-5320,www.cloud32.com)를 찾아 창가에 앉으면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매우 좋다.

야경은 더욱 근사하다.

빵 수프 샐러드 등 음식도 입맛에 잘맞게 나와 만족스럽다.

바닷가라 그런지 해산물 재료가 싱싱하다.

스파게티에 들어간 새우가 탱탱하니 입을 즐겁게 한다.

부산=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