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의 고삐를 잡으려면 보다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때마침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콜금리 연속 인상의 부담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성태 한은 총재는 9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콜금리 목표치를 많이 올렸고 시장금리와 여수신 금리도 많이 올라 금융완화 정도가 크게 줄었다"고 언급,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연속 콜금리 인상 '초강수'
금통위가 두 달 연속 콜금리 목표치를 올린 것은 1999년 5월 콜금리 목표치를 물가안정목표제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금통위원들이 과잉유동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은은 지준율 인상 총액대출한도 축소 등 잇따른 긴축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증가율이 매달 11~12%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자산가격 거품과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해 왔다.
국내 경기가 기대 이상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것도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총재는 "향후 6개월~1년간의 경기흐름은 한은의 기존 전망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서도 "하반기 4%대 후반에서 5% 가까운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한은의 공식적인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7%다.
이 총재는 또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은 2.5% 수준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4% 중반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수요 쪽 요인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금통위의 콜금리 인상 결정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추가 인상 가능성 높지 않아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 전문에서 "이번 콜금리 목표 인상으로 금융완화의 정도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그동안 콜금리가 경기를 지지하는 쪽이었다면 콜금리를 작년,재작년 많이 올리면서 이 같은 완화 정도가 많이 줄었다는 게 금통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금리인상으로 콜금리 목표치가 어느 정도 '중립적 수준'에 다다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연내는 대통령 선거라는 변수가 있어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당분간 추가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는 선제적으로인상하지만 중립수준을 넘어 긴축국면으로 갈 때는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거나 경기가 과열될 때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긴축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연내 금리인상은 신중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 눈덩이
콜금리 인상에 이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급등했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보다 0.11%포인트 오른 연 5.87~7.67%의 대출금리를 다음 주부터 적용한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지난해 8월 5.5~6.7%에서 1년 새 최고 0.97%포인트(최고금리 기준)나 오르게 된다.
지난해 8월 집을 담보로 1억원을 빌렸다면 1년 만에 연간 97만원 추가 이자 부담이 생겼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은 전날보다 0.11%포인트 오른 대출금리를 10일부터 그대로 반영해 6.51~7.21%를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직전 3영업일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반영,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6.04~7.74%를 10일부터 적용한다.
박성완/정인설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