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 I♥KOREA] "한국 근무 3년만에 '풍월'…웅변대회 1등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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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안정리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 정문에서 만난 미 8군의 리처드 클리플바우어 병장(24)은 노란 머리의 전형적인 백인 병사였다.
기자가 정문 앞에서 두리번거리면서 사람을 찾자 "여깁니다.
어서 오세요"라고 손을 흔들면서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전화로 인터뷰를 섭외할 때 조금은 어색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10년 이상 한국에 산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캠프 험프리 영내는 매우 넓고 잘 정돈돼 있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등으로 비상이 걸렸는지 경비는 매우 삼엄했다.
카메라를 들고 영내로 들어갈 수 없고,사전 허가 없인 영내 촬영이 어렵다는 말에 인터뷰는 부대 정문 옆에 있는 면회실에서 해야 했다.
"생각보다도 한국말을 정말 잘하는군요." 주한 미 8군 한국군지원단 주최로 지난달 중순 실시된 '제9회 한국어 웅변대회'에서 우승한 클리플바우어 병장에게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정말 한국어가 능숙했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전국 미군 부대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8명의 주한 미군 중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웅변대회에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맘껏 뽐냈다.
그의 발표 내용인 '한·미 문화 차이의 이해'는 미국인이 느끼는 양국 간 차이점과 이질감 극복 방안을 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과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ㄱ''ㄴ'도 몰랐던 이방인이 3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미국에서 신병 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배치 명령을 받았을 때는 한글은커녕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그저 북한이란 '위험한' 나라와 인접된 최전방으로 가게 돼 겁이 났죠." 한국 근무를 마치고 다음 주 초 귀국하는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긴장 속에서 왔지만 한국 생활에서 많은 소득을 얻고 돌아가게 됐다고 만족해 했다.
"지난 3년간은 저의 인생을 바꿔놓은 기간이었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인생을 살아왔으나 한국에 와서 목표를 찾았어요." 클리플바우어는 한국에서 우수한 한국인 병사들을 만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미 8군에는 한국군에서 파견된 카투사 병사들이 미군과 함께 근무하면서 한·미 양국 군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의 젊은 병사들은 정말 우수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미군들은 공부에 관심이 적어요."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함께 근무하는 카투사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동료 한국 병사들로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기초 한글을 배운 뒤 지난 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카투사들과 2시간 이상 한국어 공부를 해왔다.
한국 뉴스와 드라마도 빠지지 않고 매일 보고 있다.
그는 수첩을 꺼내 한국인 친구만 200명이 넘는다며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필라델피아가 고향인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 곧바로 군대에 입대해 대학을 다닐 기회가 없었다.
그는 동료 한국 병사들이 모두 대학생인 게 부러워 한국어 공부와 함께 미 8군에 설치된 메릴랜드대학에 입학,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원래 1년인 한국 근무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해 3년을 채웠다.
한국에서 3년간의 군 생활이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가 된 셈이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두 번은 한국군 장교와 사병을 위해 운영되는 '영어 교실'에 강사로 나가며,인근 초등학교를 찾아 영어 선생으로 자원 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 공부에 빠지면서 대중 가요,소설,음식 등 '한국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요즘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은 동료 한국 병사들과 주말에 서울에 나가 대학 근처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것이다.
노래방에선 윤도현밴드의 '너를 보내고'를 즐겨 부른다.
한·미 양국이 더욱 긴밀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제가 겪은 경험으로 말한다면 상대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미군의 경우 한국에 근무한다는 것 말고는 진짜 '한국'에 대해 알려는 노력이 부족해요." 그는 양국민에게 상대국을 이해시킬 수 있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미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한국에서 선생이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다음 주 초 귀국하면 내년까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으로 다시 유학을 올 계획이다.
서울대나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해 영문학이나 교육학을 전공,한국에서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가 중 어네스트 헤밍웨이를 가장 좋아한다는 미 육군 병장 리처드 클리플바우어.이국땅에서 멋진 3년을 보낸 그의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기자가 정문 앞에서 두리번거리면서 사람을 찾자 "여깁니다.
어서 오세요"라고 손을 흔들면서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전화로 인터뷰를 섭외할 때 조금은 어색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10년 이상 한국에 산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캠프 험프리 영내는 매우 넓고 잘 정돈돼 있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등으로 비상이 걸렸는지 경비는 매우 삼엄했다.
카메라를 들고 영내로 들어갈 수 없고,사전 허가 없인 영내 촬영이 어렵다는 말에 인터뷰는 부대 정문 옆에 있는 면회실에서 해야 했다.
"생각보다도 한국말을 정말 잘하는군요." 주한 미 8군 한국군지원단 주최로 지난달 중순 실시된 '제9회 한국어 웅변대회'에서 우승한 클리플바우어 병장에게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정말 한국어가 능숙했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전국 미군 부대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8명의 주한 미군 중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웅변대회에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맘껏 뽐냈다.
그의 발표 내용인 '한·미 문화 차이의 이해'는 미국인이 느끼는 양국 간 차이점과 이질감 극복 방안을 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과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ㄱ''ㄴ'도 몰랐던 이방인이 3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미국에서 신병 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배치 명령을 받았을 때는 한글은커녕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그저 북한이란 '위험한' 나라와 인접된 최전방으로 가게 돼 겁이 났죠." 한국 근무를 마치고 다음 주 초 귀국하는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긴장 속에서 왔지만 한국 생활에서 많은 소득을 얻고 돌아가게 됐다고 만족해 했다.
"지난 3년간은 저의 인생을 바꿔놓은 기간이었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인생을 살아왔으나 한국에 와서 목표를 찾았어요." 클리플바우어는 한국에서 우수한 한국인 병사들을 만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미 8군에는 한국군에서 파견된 카투사 병사들이 미군과 함께 근무하면서 한·미 양국 군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의 젊은 병사들은 정말 우수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미군들은 공부에 관심이 적어요."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함께 근무하는 카투사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동료 한국 병사들로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기초 한글을 배운 뒤 지난 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카투사들과 2시간 이상 한국어 공부를 해왔다.
한국 뉴스와 드라마도 빠지지 않고 매일 보고 있다.
그는 수첩을 꺼내 한국인 친구만 200명이 넘는다며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필라델피아가 고향인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 곧바로 군대에 입대해 대학을 다닐 기회가 없었다.
그는 동료 한국 병사들이 모두 대학생인 게 부러워 한국어 공부와 함께 미 8군에 설치된 메릴랜드대학에 입학,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원래 1년인 한국 근무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해 3년을 채웠다.
한국에서 3년간의 군 생활이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가 된 셈이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두 번은 한국군 장교와 사병을 위해 운영되는 '영어 교실'에 강사로 나가며,인근 초등학교를 찾아 영어 선생으로 자원 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 공부에 빠지면서 대중 가요,소설,음식 등 '한국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요즘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은 동료 한국 병사들과 주말에 서울에 나가 대학 근처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것이다.
노래방에선 윤도현밴드의 '너를 보내고'를 즐겨 부른다.
한·미 양국이 더욱 긴밀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제가 겪은 경험으로 말한다면 상대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미군의 경우 한국에 근무한다는 것 말고는 진짜 '한국'에 대해 알려는 노력이 부족해요." 그는 양국민에게 상대국을 이해시킬 수 있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미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클리플바우어 병장은 한국에서 선생이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다음 주 초 귀국하면 내년까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으로 다시 유학을 올 계획이다.
서울대나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해 영문학이나 교육학을 전공,한국에서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가 중 어네스트 헤밍웨이를 가장 좋아한다는 미 육군 병장 리처드 클리플바우어.이국땅에서 멋진 3년을 보낸 그의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