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도 95% '세계 최고'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김모씨(56)는 2년 전 말기 간암 판정을 받았다.

평소 과음과 흡연이 화근이었다.

결국 간 이식만이 살 길이라는 마지막 선고가 나왔다.

김씨의 아들(24)은 자신의 간을 내놓기로 결심했다.

수술은 받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으나 죽어가는 아버지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13시간이 넘는 이식수술 끝에 아들의 간 절반을 받은 아버지는 건강을 되찾았다.

아들 역시 직장에 복귀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서 간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1만여명이 넘는다.

만성간염 간경변 등으로 한번 나빠진 간은 약물치료 등 별의별 치료를 동원해도 점차 악화될 뿐이다. 결국엔 간 이식만이 유일한 회생의 길이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외과 교수가 이끄는 간이식팀은 1992년 간이식 수술을 시작한 이래 지난 15년간 새로운 기록들을 쏟아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생체부분 간이식에 성공했고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두 사람의 기증자가 한 사람의 환자에게 간 일부를 떼어주는 2 대1 간이식에 성공하는 등 새로운 흐름을 선도해 왔다.

지금까지 총 1600여건의 간이식을 실시했고 근년엔 연간 250건 이상을 시술해 전 세계 병원 중 최다수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세계 이식학계가 진정 감탄하는 것은 95%에 달하는 놀라운 간이식 성공률이다.

한국보다 앞서 간이식을 시행한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85% 수준인 것에 견주면 1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이승규 교수는 "많은 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기존 수술법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술디자인을 내놓은 게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간이식에 미친 듯한 의료진의 열정과 팀워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 교수는 "간이식팀은 수술이 있는 날이면 으레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길 정도"라며 "15시간이 넘는 수술에 40여명의 의료진이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단 시간 안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은 이제 의료선진국에서조차 배우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 의료명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