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벡(Peter Beck) <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사무소장 >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나의 예측은 시기적으론 2주,거리로는 200km 정도 빗나갔다.

정확히 6개월 전 친구들과 서울에서 점심을 먹으며 남북 정상회담이 8월15일 개성에서 열릴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난 8일 전격 발표된 정상회담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 두 리더들이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7년 전 정상회담을 되돌아보면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상징적인 것일 뿐 실체적인 것과 거리가 멀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에 응한 북한 측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 정부로부터 가능한 많은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12월 대선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의 정당을 돕기 위해서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 자신의 입지를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은 남북간 화합이 평화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촉진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이 북한에 지나치게 관대할 경우 6자회담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에 대한 야망을 포기하라고 설득할 게 분명하다.

그동안 북한은 6자회담에서 남한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을 꺼려왔다.

남한을 따돌리고 미국 측에 군사회담을 열자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두 리더가 정상회담에서 고상한 언어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겠지만,구체적인 행동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남북한이 평화 협정의 전 단계로 '한반도 평화선언'을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이 없다면 역시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이 북한의 불투명한 인권 상황을 회담 이슈로 꺼낼지도 의문이다.

평양에 몇십년간 납치되어 있는 한국인과 수십명에 이르는 일본인들의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은 이러한 현안을 외면해선 안된다.

북한의 제일 든든한 후원자인 한국 정부는 이젠 '불편한 문제'들도 정면에서 다룰 때가 됐다.

북한 입장에서 한국은 버튼만 누르면 돈을 내어주는 ATM(현금인출기)과 같다.

이번 정상회담은 투명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말을 빌리자면 북측에 비밀리에 수백만달러를 내줄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록 현금을 보내지 않는다 해도 김 위원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을 상대로 유리한 거래를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최대 딜레마는 북측에 어느 정도의 경제 원조를 해야 하느냐다.

남북협력과 화해는 세계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목표지만 북한이 우물쭈물하는 이유는 경제 원조 결과로 정권이 불안정해 질 것을 우려해서다.

두 정상 간에 어떤 협력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지난 6월 남북 철도는 상징적 의미로 다시 이어졌으나 부산에서 런던으로 철도를 연결하려면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북한 철도를 복구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공급받고 있는 저급의 중유로는 북한의 발전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에 다른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전력발전소는 북한의 쇼핑 리스트에서 순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한다면 그 대가로 더 많은 에너지 공급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 정부가 현대아산에 대해 평양,개성 등지의 관광지 개발을 허락할지도 주목된다.

신의주 특구 개발에 한국 정부 참여가 가능할지도 관심거리다.

아직도 원자핵 개발 계획이 남아있고 수백명의 납북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투자 계획들은 북한 정부가 영변의 원자로를 폐쇄시키기 전까지 검토 단계에 머물러야 한다.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상징적인 의미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서해안의 북방 한계선 조정 등 민감한 안보문제를 먼저 다루는 게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정리=강준혜 인턴기자(노스웨스턴대 공대 2년) junhye@northwestern.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