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 ‥ 파생금융상품 손실→환매요구 몰려

차이점 ‥ 신흥시장國 98년과 달리 외환 충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을 발단으로 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파산과 이에 따른 금융위기와 비슷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LTCM 파산으로 인한 금융권 연쇄 부도를 차단하기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했는데,이번에도 미국 FRB와 유럽의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등 닮은 꼴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LTCM 사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모두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신'에서 비롯됐다.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 있다는 헤지펀드들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LTCM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스와 살로먼브러더스 부사장으로 당시 월가의 스타였던 존 메리웨더가 1994년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였는데,당시로는 매우 혁신적인 금융기법인 '무위험 차익거래'를 들고나왔다.

'양국간 금리격차가 선물환 매입비용을 치르고도 남는다면 무위험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이론에 따라 러시아 국채 선물을 대거 매입하고 미국 국채는 공매도하는 차익거래를 했다.

이들은 외환선물 계약을 체결하면 환변동 위험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러시아에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휴지로 변한 러시아 국채로 인해 LTCM은 자본금의 50배에 가까운 100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투자은행들의 환매요구가 몰리자 미국 FRB는 채무상환 유예를 조건으로 36억5000만달러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해 간신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문제도 근본 원인이 비슷하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CDO)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최상위등급 채권부터 최하위등급 채권으로 신용등급을 세분화하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파생금융상품의 논리로 무장했다. 문제는 부도가능성이 큰 고위험 채권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투자한 사람들조차 막상 부실 문제가 발생하면 벌떼처럼 나서 환매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CDO나 ABS에 상당한 돈을 투자한 펀드들은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지급불능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고,다른 금융기관에 환매요구가 더욱 확산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LTCM 사태가 터졌던 1998년은 중남미와 아시아를 휩쓸었던 외환위기 직후로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의 세계 경제는 매우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다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시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 금융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