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을 방문한 아프리카 가봉의 봉고 대통령(72)과 한국의 인연이 외교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1967년 이후 40년,아프리카 최장기 집권자인 오마르 봉고 온딤바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네 번째다.

첫 방문은 1975년 7월5일,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치열한 제3세계 외교전이 불꽃 튀던 아프리카에서 한국에 대한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한 봉고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김포공항까지 직접 나갔다.

박 전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봉고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진정한 벗"이라며 수 차례 뜨거운 포옹을 건넸다.

정부는 또 서울시내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환영 가두 퍼레이드를 벌였으며,수많은 시민들까지 동원해 그를 열렬히 환영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당시 '퍼스트 레이디'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도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봉고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다.

봉고 대통령은 경회루 리셉션을 포함,3박4일 체류기간 동안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접을 받았다.

서울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심지어 기념우표까지 발행했다.

압권은 기아자동차가 공장을 방문한 봉고 대통령에게 신형 출시된 승합차의 이름을 '봉고'라고 붙여준 것.재미있는 사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며 엄청 빠르게 달리는 영양의 이름도 봉고다.

결국 한국을 떠나기 전에 봉고 대통령은 "유엔에서 한국입장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우리 정부를 감격하게 만들었다.

봉고 대통령은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났다가 귀국길에 다시 한국을 찾는 해프닝까지 연출,공식적인 환대 이상의 '에피소드'를 놓고 무성한 뒷말을 낳기도 했다.

이후 봉고 대통령은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한국을 재차 찾았다.

봉고 대통령의 이번 방문 목적은 제11차 만해평화상 특별상을 받기 위한 것으로 실무방문이지만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등을 감안,노 대통령과의 환담과 오찬까지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각하의 지도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짧은 환영사를 건넸다.

봉고 대통령도 "내 이름이 한국의 한 미니버스에 붙여지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