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대형투자은행도 손실

우량 모기지까지 충격...연체율 급증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3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면서 도대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서브프라임 파문과 관련된 피해 범위와 대상을 가늠할 수 없고 그런 불가측성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의심받는 대형 투자은행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항목은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을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지 여부.특히 이들이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 자산을 원칙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여부에 조사가 집중되고 있다.

쉽게 말해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을 행여 속이고 있지나 않은지를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서브프라임 파문의 '대형 폭탄'은 대형 투자은행들에 숨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투자은행들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서브프라임과 관련돼 있다.

모기지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첫 번째이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과 자산담보부증권(CDO 혹은 ABS)을 직접 매입하거나 산하 헤지펀드를 통해 사들이는 게 두 번째다.

이들 채권을 사들이는 별개의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주는 게 마지막 연결고리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심해질수록 이들의 피해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베어스턴스를 빼놓고는 모두들 "우리는 괜찮다"를 외친다.

그러다보니 시장이 이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의 헤지펀드인 '노스아메리칸 에쿼티 오퍼튜너티'가 올 들어 지난 7월27일까지 15%의 손실을 입어 자산을 줄이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시장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일 대형 투자은행의 손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장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늠할 수 없는 피해액

어떤 회사가 얼마나 피해를 볼 것인지 현재로선 정확한 측정이 힘들다.

이유는 이렇다.

모기지회사들은 서브프라임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해 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다른 대출이나 다른 채권과 섞여 CLO나 CDO로 태어났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들어가 있는 만큼 수익률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무디스나 S&P사 등이 투자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이 넘쳐났다.

단기 수익률을 노리는 헤지펀드는 물론 대형 투자은행,중소규모 금융회사들이 이 채권을 사들였다.

주체도 미국 금융회사에 한정되지 않았다.

호주와 유럽의 금융회사는 물론 대학펀드 연기금 등도 이 채권을 편입했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커질수록 채권값도 떨어지고 이들을 편입한 펀드의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환매 요구에 시달리다 못한 일부 헤지펀드들이 '환매 중단'이란 처방을 들고 나와 피해가 가시화됐을 뿐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는지 쉽게 가늠하지 못한다.

◆커지는 부실,커지는 손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 전체 모기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전체 금융자산에서의 비중은 1% 미만이다.

그런 만큼 당초 파장은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무리 피해가 크더라도 500억~1000억달러만 손해보면 막을 수 있게 보였다.

그러나 웬걸.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프라임(우량) 모기지 등 모기지 전체로 번지면서 부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 최대의 모기지 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9일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1년 전 1.5%에서 3.7%로 높아졌다"고 털어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20%로 불어났다.

이처럼 모기지 부실이 늘어나면서 헤지펀드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빼어난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8월 들어 이날까지 8.7%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헤지펀드인 '하이브리지 오퍼튜너티 펀드'도 이달 들어서만 18% 손실률을 기록했다.

올 전체 손실률이 16%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손실률이 얼마나 급속히 높아지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