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처럼 대기업에 취직해 평범하게 살아갈 것인지,아니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직접 해볼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
박씨는 '캠퍼스 커플'인 같은 과 남자 동기(현재의 남편인 이영일 부사장),기숙사 여자 선배(퇴사한 현유진 팀장)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우리한테 오면 재미있게 해줄게(Come to us)'라는 뜻으로 '컴투스'라고 지었다.
세 사람은 각자 부모에게 500만원씩 빌려 학교 근처에 방을 얻었다.
대표이사 자리는 박씨가 맡기로 했다.
남자친구 이영일씨는 기술 개발을 담당했고,인도 교포 출신인 현유진씨는 마케팅과 해외 사업을 맡았다.
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 언니가 5개 국어에 능통해 해외 사업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에 컴퓨터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고 음악에 맞춰 발판을 밟으며 춤을 추는 오락실게임 DDR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신통한 게 없었다.
연간 매출이 기껏해야 5000만원인 회사가 2억원에 달하는 빚을 졌다.
맥이 풀렸다.
이때 이 부사장이 휴대폰으로 즐기는 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단 단순한 형태의 휴대폰용 게임을 만들어 LG텔레콤에 가져갔다.
다행히 LG텔레콤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국내 최초의 모바일게임은 이렇게 탄생했다.
1999년이었다.
그해 5월 박 대표는 대학 동기이자 창업 동반자인 이 부사장과 결혼했다.
사업 방향이 정해진 터라 이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자바(JAVA) 게임을 만드는 등 모바일게임의 신지평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박 대표 부부는 금슬이 좋고 사업에서도 화합이 잘 되기로 유명하다.
이 부사장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저돌적 스타일이고 박 대표는 꼼꼼하고 차분하다.
이런 대조적인 스타일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눈빛만 봐도 척 아는 동지 같은 부부지만 회사에서는 서로에게 "사장님","부사장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한다.
그는 올해 초 첫애를 낳고 회사에 복귀했다.
아기를 돌보기 위해 회사 근처로 이사까지 했다.
요즘에는 새로운 게임에 푹 빠졌다.
'아기 키우기 게임'이다.
박 대표는 "게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리셋'(초기화) 버튼을 누를 수도 없는,아주 신기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약력=△1975년 경남 밀양 출생 △1993년 울산여고 졸업 △1996년 8월 고려대 4학년 재학 중 대학 동료 2명과 '컴투스' 창업 △1997년 2월 고려대 컴퓨터학과 졸업 △2003년 미국 주간지 타임 '세계 14대 기술 대가(Global Tech Guru)'로 선정 △2004년 2월 서울대 공대 최고산업전략과정 수료 △2006년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회장 △2007년~현재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부회장,한국게임산업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