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여름,고려대 컴퓨터학과 4학년생이던 박지영씨는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언니처럼 대기업에 취직해 평범하게 살아갈 것인지,아니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직접 해볼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

박씨는 '캠퍼스 커플'인 같은 과 남자 동기(현재의 남편인 이영일 부사장),기숙사 여자 선배(퇴사한 현유진 팀장)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우리한테 오면 재미있게 해줄게(Come to us)'라는 뜻으로 '컴투스'라고 지었다.

세 사람은 각자 부모에게 500만원씩 빌려 학교 근처에 방을 얻었다.

대표이사 자리는 박씨가 맡기로 했다.

남자친구 이영일씨는 기술 개발을 담당했고,인도 교포 출신인 현유진씨는 마케팅과 해외 사업을 맡았다.

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 언니가 5개 국어에 능통해 해외 사업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에 컴퓨터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고 음악에 맞춰 발판을 밟으며 춤을 추는 오락실게임 DDR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신통한 게 없었다.

연간 매출이 기껏해야 5000만원인 회사가 2억원에 달하는 빚을 졌다.

맥이 풀렸다.

이때 이 부사장이 휴대폰으로 즐기는 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단 단순한 형태의 휴대폰용 게임을 만들어 LG텔레콤에 가져갔다.

다행히 LG텔레콤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국내 최초의 모바일게임은 이렇게 탄생했다.

1999년이었다.

그해 5월 박 대표는 대학 동기이자 창업 동반자인 이 부사장과 결혼했다.

사업 방향이 정해진 터라 이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자바(JAVA) 게임을 만드는 등 모바일게임의 신지평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박 대표 부부는 금슬이 좋고 사업에서도 화합이 잘 되기로 유명하다.

이 부사장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저돌적 스타일이고 박 대표는 꼼꼼하고 차분하다.

이런 대조적인 스타일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눈빛만 봐도 척 아는 동지 같은 부부지만 회사에서는 서로에게 "사장님","부사장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한다.

그는 올해 초 첫애를 낳고 회사에 복귀했다.

아기를 돌보기 위해 회사 근처로 이사까지 했다.

요즘에는 새로운 게임에 푹 빠졌다.

'아기 키우기 게임'이다.

박 대표는 "게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리셋'(초기화) 버튼을 누를 수도 없는,아주 신기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약력=△1975년 경남 밀양 출생 △1993년 울산여고 졸업 △1996년 8월 고려대 4학년 재학 중 대학 동료 2명과 '컴투스' 창업 △1997년 2월 고려대 컴퓨터학과 졸업 △2003년 미국 주간지 타임 '세계 14대 기술 대가(Global Tech Guru)'로 선정 △2004년 2월 서울대 공대 최고산업전략과정 수료 △2006년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회장 △2007년~현재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부회장,한국게임산업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