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富均 < 국제금융센터 소장 >

미국 주택시장에서 발생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신용경색으로 발전돼 전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증시가 폭락을 하고 투자자금들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시장의 유동성은 급격하게 메말라 갔다.

연 5.25%인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6%까지 치솟았으며 3개월짜리 달러 런던은행 간(Libor) 금리도 5.36%에서 5.58%로 급등했다.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근래에 보기 힘들게 미국,EU(유럽연합),일본 등 주요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동시에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9·11 사태 때 보였던 국제금융계의 대응 조치를 방불케 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사실 지난 2월 말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부각되었을 당시 서브프라임 규모가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의 12% 정도인 1.2조달러에 불과해 제한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서브프라임보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알트-에이(Alt-A) 모기지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그 영향도 미국에 그치지 않고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전세계로 확산돼 이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의 문제가 됐다.

그러면 왜 서브프라임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일까.

첫째,그 저변에는 투자자 불안심리가 깔려있다.

서브프라임 투자실패로 헤지펀드들이 청산되고 이와 연계된 투자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소식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어 이와 연계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서브프라임과 관계가 없는 투자펀드에까지 환매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 우리나라 대우사태 시 발생되었던 '펀드 런(Fund Run)' 현상이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재연될 조짐마저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한 상태이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금융시스템 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자체보다는 금융시장의 심리적 공황 상태인 것이다.

둘째,복잡한 파생금융상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다.

최근 BNP파리바은행의 펀드 환매 중단도 사실 투자상품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정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환매에 응할 경우 저가매각 및 보유자산 가치하락이 불가피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이번 서브프라임과 연계된 자산유동화증권은 유동성이 크게 부족,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자체 모델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투명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에게 손실 규모를 축소하여 통보하거나 갑자기 큰 손실이 난 것으로 통보하는 바람에 불안감이 증폭되어 펀드 환매 욕구를 자극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가 장중 대규모 낙폭을 축소하며 소폭 하락에 그쳤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진정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신용경색 여파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은행 및 유럽중앙은행이 이틀에 걸쳐 각각 620억달러,1559억유로(2136억달러)를 투입한 게 큰 힘이 됐다.

서브프라임 사태 및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내금융시장도 큰 홍역을 겪었다.

다행히 국내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담보부증권(CDO) 잔액이 8.4억달러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 서브프라임 투자잔액은 2.5억달러로 추정돼 직접적인 피해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 유출은 좀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한국물 가산금리 상승으로 해외자금 조달비용이 상승할 경우 기업설비투자 둔화 등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안정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선제적 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금리인하 등 정책 툴이 남아 있으며 세계경제 성장전망도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다만 작금의 금융상황을 종합해보건대 서브프라임 문제가 단기간 내 해소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국내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능력을 한 수준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