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신임 통상교섭본부장(55)은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 마니아다.

한번 날면 서너 시간씩 떠 있을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뿐만 아니라 카이트보딩(연을 매달고 하는 윈드서핑) 수상스키 스노보딩 윈드서핑 오토바이레이싱 암벽등반 스킨스쿠버 등 온갖 위험한 스포츠에 선수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장관(통상교섭본부장은 장관급임)이 돼서도 패러글라이딩 같은 스포츠를 계속 즐길 시간이 있겠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패러글라이딩으로 3500m 상공에 떠 있다가도 2분이면 청와대 앞마당에 내릴 수 있다"며 웃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는 "높이 날면 멀리 볼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준비된 '장관급 스포츠 마니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발력이 돋보였다.

김 본부장이 익스트림 스포츠에 빠진 것은 1980년대 초 아프리카 서부내륙의 소국인 브루키나파소에서 첫 오지근무를 할 때다.

당시 아프라카에선 차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2등 서기관이던 김 본부장은 대신 오토바이를 샀다.

타보니 차를 모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었다.

이후 부임지를 옮길 때마다 하나씩 익스트림 스포츠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패러글라이딩은 1998년 제네바 공사로 일할 때 시작했다.

쉰 살이 다 돼서 남들이 골프를 칠 때 패러글라이딩이란 스포츠를 택했다.

"마누라에게 배운다고 하면 말릴 줄 알았더니 안 말리더라"며 그는 웃었다.

무려 400여회의 활강 기록을 갖고 있다.

하늘 높이 솟아보려다 차가운 구름 속에 빨려 들어가 저체온증으로 죽을 뻔한 고비도 세 번이나 넘겼다고 한다.

이렇게 '중독'되다 보니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하단다.

그래서 바쁠 때도 바람부는 날이면 짬을 내 집(서울 광진구 구의동) 앞의 뚝섬유원지에서 카이트보딩을 즐긴다.

2001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할 때 배웠다.

뚝섬에서 수많은 윈드서퍼 가운데 흰머리를 한 사람이 연을 매달고 '방방' 뜨고 있다면 김 본부장이라고 봐도 된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뒤 주말에 짬을 내 한강에서 카이트보딩을 하다가 인터넷 언론에 보도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김 본부장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혼자 등산을 즐겼다.

최근엔 오토바이에 다시 푹 빠졌다.

600cc 오토바이를 타고 주말마다 전국을 누빈다.

스릴 넘치는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체력도 덤으로 강해졌다.

전임 김현종 본부장이 '강철같은 체력이 부럽다'고 말할 정도로 체력엔 자신이 있다.

스포츠 마니아인 김 본부장에겐 강약을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협상가라는 평판이 따라다닌다.

완곡한 표현보다는 '예''아니오' 등 직설 화법으로 핵심을 파고드는 성격도 스포츠광답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