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걱정스럽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세를 거듭하는 등 금융시장이 휘청거리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권에 유동성(流動性)을 무제한 공급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로 인해 뉴욕증시가 일단 폭락세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가 않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사들인 규모가 미미해 직접적 피해는 별로 없다고 하지만 국제금융위기에 따른 여파가 만만찮은 까닭이다.

주식시장에서 연일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차질을 빚고, 외평채 가산금리도 한달 만에 30bp가량이나 치솟았다.

정부가 지난 주말 금융관련기관들과 긴급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늘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도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태가 더욱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우리 부동산 문제는 과연 괜찮은가 하는 우려감 때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은 미 부동산 경기 후퇴 및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해 연체율(延滯率)이 급증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동산 시장의 형편 또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상반기 말 현재 모두 218조원에 이르고, 이중 대부분은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도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100조원을 넘는다.

특히 지난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한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8%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져 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자칫 국내에서도 부동산발(發) 신용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는 우리가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품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원리금 상환을 힘겨워하는 가계도 크게 늘고 있는 만큼 결코 방심(放心)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발 신용불안이 현실화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제금융위기가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동성공급 확대 등 즉각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가격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편 최근 10년 사이 3배 수준으로 급팽창한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