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 학생들을 위한 홍보 동영상을 만들었다.

외국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직접 홍보물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식도 파격적이다.

테크노 뮤직이 깔리는 무대 위에서 젊은이들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모습을 담았다.

전체적인 주제는 단 하나. '미국이 중국 학생들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이 홍보물은 중국 내 TV를 통해 1억8000만명의 중국 젊은이들에게 노출됐다.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글로벌 교육 경쟁(Global education race)'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각국의 교육 개혁 움직임을 상세히 소개했다.

뉴스위크가 주목한 첫 번째 흐름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수 외국 학생의 유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미국은 작년 한 해 동안 외국 학생들이 들고 온 수업료와 생활비만으로 140억달러를 챙겼다.

2001년에 터진 9·11 테러가 각국의 외국 학생 유치 전쟁에 불을 붙였다.

미국이 외국 학생들에 대한 비자 심사를 강화하면서 미국 대학에 등록하는 외국 학생 수가 매년 2.4%씩 줄어들자 유럽 대학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MBA)인 '인시아드(INSEAD)'는 싱가포르에 분교를 설치한 뒤 프랑스 본교와의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아시아 학생들에게 손을 뻗쳤다. 중국에서는 칭화대학과 손잡고 '조인트 MBA' 과정을 개설했다.

영국 대학들도 해외 마케팅과 관련한 인력 충원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대폭 늘렸다.

유학생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수비'에 나섰다.

우수 인력을 마냥 뺏길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인 교육 관련 지출을 수년 내에 4%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2010년까지 외국 학생 10만명을 끌어들여 '국제 교육 허브'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우수 교수진 채용을 위해 미국 최고 대학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의 각 대학들은 튼튼한 재정과 높은 수준의 교수진을 무기로 다시 적극적인 외국 학생 유치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지역 신흥국가에 뿌릴 홍보 비용만 100만달러를 책정했다.

부실한 공교육을 손질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이들을 더 이상 공교육 제도에 맡겨둘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을 찾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사립대학교 설립도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의 사립대학교는 2003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고 러시아에서는 대학생 4명 중 3명이 사립학교를 다닌다.

인도도 마찬가지.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던 사립대학교 학생이 이젠 전체의 30%로 불어났다.

뉴스위크는 유럽 대학 간 표준화 노력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1999년부터 시작된 '볼로냐 프로세스'가 대표적인 사례.45개국 대학들이 참여한 이 협정은 대학 학점 기준과 학위 취득 기간 등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것이 골자다.

나라마다 제 각각인 대학교육 제도로는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기 어렵고 교육시장 라이벌인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 분야의 '유럽 통합'을 지향하는 셈이다.

볼로냐 프로세스가 시작된 이후 영어를 표준어로 삼는 대학이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프랭크 라빈 미국 상무부 차관은 "우수 외국 학생을 유치하고 국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대학들의 독점적 지위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