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측이 12일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질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인질 처리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여론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목적용 노림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인질 전원 석방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탈레반의 인질 석방 방침에 대해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대면 접촉이 첫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협상에 미온적이던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대신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탈레반과 한국 정부 사이에 상당한 신뢰가 구축됐다는 것.

실제 탈레반도 한국과의 대면 접촉 이후 "협상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탈레반이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해 "거짓말을 일삼는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의 성의 있는 모습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인질 석방 혼선은 지속


그러나 탈레반이 11일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기도 하는 등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외신들과 현지 협상 관계자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이 같은 탈레반 측 행동은 한국 및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을 압박해 당초 목표대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인질 석방을 둘러싸고 강·온파 간 의견 대립도 이어지고 있음을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소식통들은 "종종 지역 탈레반 조직이 지도자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때가 있다"며 "인질을 억류한 지역 조직의 반발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역 탈레반 조직은 대의명분보다 오직 몸값 등을 뜯으려고 납치를 자행하는 수가 있어 탈레반 지도자위원회와 충돌을 빚는 경우가 꽤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탈레반 조직 내부의 불화로 석방 시기에 혼선이 빚어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은 협상 더 까다로워질 수도

이번 석방 방침에도 불구하고 남은 한국인 인질들을 탈레반 수감자들과 바꾸겠다는 탈레반의 목적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탈레반은 "8명의 수감자가 풀려나야 나머지 인질들을 석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탈레반 측이 부담스러운 짐을 덜면서 나머지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정부 당국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그런 전략적 계산은 탁상공론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이 인질들을 함부로 해치진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감도 표시하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어 탈레반도 인질들을 더 해치는 것에 대한 대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