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부실 파장] 美 잘나가던 상업용 부동산도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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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파문으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모기지시장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과연 FRB가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근본원인은 주택경기 침체다. 주택경기가 얼어붙다보니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가압류주택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택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치유되기 위해선 주택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현상은 정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은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알트에이(Alt-A) 모기지'를 거쳐 최우량 등급 프라임 모기지인 '점보론'까지 옮겨붙고 있다. 더욱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던 상업용 부동산 가격마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은 작년만 해도 9% 수준을 기록했으나 지난 6월 말에는 13.7%로 껑충 뛰었다. 알트에이 모기지 연체율은 아직 5% 수준이지만 알트에이 모기지 전문업체인 아메리칸홈모기지가 파산신청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실파문은 이미 깊숙이 번지고 있다. 프라임 모기지인 점보론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 지난주 30년 만기 점보론 금리는 연 7.2%를 기록했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6%대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급속한 상승세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150만달러짜리 집을 구입하려 했을 때 모기지 브로커가 제시한 대출금리는 연8%였으나 3일 뒤 대출을 받기로 하자 막상 제시된 금리는 13%로 올라 있었다는 한 주택구입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금리도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대출업체인 쿠퍼 호로위츠의 로버트 호로위츠는 "상업용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되는 상업모기지증권(CMBS)에 대한 투자자가 없어 채권금리가 오르고 이는 고스란히 상업용 모기지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며 "최근 상업용 모기지 금리가 0.5%포인트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솟는 모기지 금리를 진정시킬 방안으론 역시 FRB의 기준금리인하가 꼽힌다. 전체적으로 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특히 1980년대 말의 저축대부조합 연쇄파산과 1998년의 롱텀캐피털 파산사태의 경험을 들추고 있다. 원인은 물론 다르다. 그렇지만 특정 회사나 펀드의 파산이 전체적인 신용경색으로 확산됐으며 긴급자금 투입 외에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파문이 진정됐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푸트남 인베스트먼트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켈리는 "FRB가 2001년의 9.11 테러와 1998년의 롱텀캐피털 사태를 상기할 것"이라며 "신용 경색이 악화될 경우 이번 주라도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금리인하 반대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들은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조해 긴급유동성을 공급하는 초유의 실험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위기의 특징이 전파속도가 빠른 것인 만큼 FRB의 금리인하보다는 각국 중앙은행의 공조가 더 걸맞은 처방이라는 점에서다. 어쨌거나 FRB가 꺼내놓을 금융위기 처방전에 더욱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