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올 하반기 최대 역점과제로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보험판 빅뱅'을 예고한 마당이어서 자본시장통합법에 버금가는 법령 개정이 뒤따라야 할 텐데,실제로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이해 당사자인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와의 업무영역 허물기에 반대하는 등 의견수렴이 제대로 안 돼 재경부 실무진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급결제 어떻게?

재경부는 보험사에 대해서도 지급결제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에 이어 증권사에도 2009년부터 지급결제가 허용되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보험사에 이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상품을 통해 송금 공과금납부 지로 등의 지급결제를 하도록 허용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은 예금통장,증권사는 주식투자계좌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과 계좌로 지급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사는 그런 상품이 없다.

재경부는 보험사로 하여금 은행상품인 예금 등을 판매토록 허용한 뒤 보험사가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은행 등 타 금융권과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데다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금·산분리 전제로 빅뱅 유도?

재경부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나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 간 칸막이를 점진적으로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상호 경쟁을 통해 금융산업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기본 구상은 다른 금융업권의 핵심 사업을 하려면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자회사 방식으로 진출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엄격히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한다는 원칙을 보험업법 개정안에 그대로 두는 쪽으로 원칙을 정했다는 것이다.

산업자본과 연관 있는 보험회사는 보험지주회사를 만들더라도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이게 무슨 빅뱅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안공혁 손해보험협회장은 "현재 보험업계가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은행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보험지주회사가 허용된다면 보험사도 은행 자회사를 설립해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생·손보 장벽 철폐도 쉽지 않아

재경부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나뉜 보험업 내부의 업무영역 허물기를 추진 중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생보사와 손보사의 합병을 허용하거나 아예 생보와 손보의 업무 칸막이를 없애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생보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장기상품이 주력인 생보사와 자동차보험 상해보험 등이 주력인 손보사는 구조 자체가 천양지차"라며 "세계적으로도 생보와 손보가 겸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생보와 손보 간 업무영역을 허물지 않는다면 정부가 보험업법 개정으로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해관계를 맞춰가면서 빅뱅을 추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