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책이 있다.

하버드 법대생이던 존 제이 오스본 주니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1969년)으로 국내엔 94년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하버드대에서 살아남자면 얼마나 지독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가라는 내용은 당시 대학가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하버드대 도서관엔 실제 이런 낙서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고통 없이 얻는 건 없다.''꿈이 눈앞에 있다.

왜 팔을 뻗지 않는가.''불가능이란 노력하지 않는 자의 변명이다.''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몰라도 성공은 성적순이다.'

하버드대 뿐이랴.미국 유명대학 도서관엔 평소에도 새벽 3∼4시까지 빈 자리가 없다는 마당이다.

2005년 기준으로 고졸자의 평균연봉은 3만1665달러,4년제 대졸자는 5만6740달러,석사는 6만8302달러인데 비해 경영대학원 석사(MBA)와 법대·의대 졸업자는 11만9343달러이고,상위 5위권 MBA의 평균연봉은 15만8429달러라는 통계도 있다.

변호사가 된 뒤에도 이들의 노력은 그치지 않는다.

영화 '타임 투 킬'은 경력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변호사를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선 백만장자도 주 60∼80시간씩 일한다는 소식이다.

태평양이 보이는 그림같은 집에 살아도 매일 12시간씩 근무하고 주말에도 10시간씩 일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일벌레가 따로 없는 셈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꼽혔다.

집값을 비롯한 물가가 비싼 데다,주위에 부자가 많다 보니 천만장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성취 욕구가 높아 그렇다는 것이다.

충분히 먹고 살만한데도 죽어라 일하는 이들을 놓고 '불쌍한 백만장자'라는 해석도 나왔다.

어떻게 사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에겐 어느 정도의 땅이 필요한가'를 예로 들어 욕심을 버리라는 조언도 많다.

그러나 하류사회를 만드는 건 학벌보다 의식 및 의욕 격차라고 한다.

실리콘밸리의 일벌레들을 가엾게 여기며 즐기는 동안 개인과 국가 경쟁력 모두 저만치 달아날 수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