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금융시장은 안전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글로벌 신용경색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가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현재 270조원. 은행 전체 대출자산(899조원)의 30%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금리가 계속 올라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고,신용경색이 더욱 심화돼 금융회사들이 연쇄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경우 주택담보대출도 부실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금융회사들이 그동안의 주택대출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연체 발생시 즉각 담보물건(주택)을 처분하는 등 회수전략으로 전환하면 연체증가→담보물건 경매처분→주택가격 하락→금융권 부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전문가들은 국내에선 미국과 같은 주택대출 부실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우선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대출자산을 주택저당채권(MBS)으로 유동화해 일반 금융시장에 뿌려진 규모가 전체의 5%가량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매우 낮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LTV는 80%에 육박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과 보험사의 LTV는 49%와 47% 수준이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신협 단위농수협)은 각각 65%와 60~70% 수준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LTV를 놓고 보면 향후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가치가 여전히 유지돼 대출부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처럼 국내에선 저(低)신용자 대출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전체 주택대출 270조원 가운데 우량대출로 간주되는 은행권 대출 비중은 80.5%(217조원)에 달한다. 보험사 15조3000억원(5.6%) 상호금융 33조5000억원(12.4%) 저축은행 2조1000억원(0.7%) 여전사 1조5000억원(0.5%) 등이다. 연체율도 안정적이다. 6월 말 현재 은행과 보험사의 연체율은 각각 0.5%와 0.8%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올해 초 14%를 넘어섰으며 최근 19%에 육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초우량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7.8%로 다소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주택대출(2조1000억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