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치적 두뇌'로 불리는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이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밀려 이달 말 물러난다.

로브 고문은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달 안에 백악관 정치 고문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단지 때가 됐다고 생각할 뿐"이라며 "앞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표를 낸 구체적인 이유는 함구한 셈이다.

정치 컨설턴트 출신인 로브는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던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동지. 2000년과 2004년 부시 대통령의 대선 때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했다.

그의 실력은 특히 2004년 선거에서 빛을 발했다.

꼬여 버린 이라크전 때문에 공화당이 재집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고 역전승을 일궈냈다.

당시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패인을 놓고 말이 많았지만 천재적인 선거 전략가 칼 로브에 한수 밀렸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네거티브(흑색선전) 선거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칼 로브는 케리의 반전운동 전력이나 베트남전 공훈 조작 의혹 등을 줄기차게 물고 늘어졌다.

이라크전을 계속 수행하기엔 미덥지 않은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그래서 빌 클린턴의 '제갈공명'이라고 불리던 '딕 모리스'와 함께 미국 최고의 선거전략가로 꼽혔다.

로브는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의 부인이자 CIA 비밀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원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이른바 '리크게이트'의 당사자로 지목돼 2003년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총대를 메고 실형 선고를 받는 바람에 구사일생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했지만 최근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 파문에 휘말려 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연방검사를 물러나게 하는 데 백악관의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민주당의 공격이 로브를 물러나게 만든 주요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