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를 받은 여학생이 운다.

"어,쟤는 왜 울어.다 틀렸대?" 짝궁이 "아니,하나."라고 답한다.

"나는 다섯 개 틀렸는데." 집으로 돌아온 훈이는 엄마에게 "나 잘했지?"라며 성적표를 건넨다.

곧바로 소파에 앉아 축구경기를 시청한다.

"훈이 엄마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이 뒤따른다.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시즌2-긍정적인 훈이편'(사진)의 주요 내용이다.

이 광고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기말고사에서 한 개만 틀리고도 펑펑 울어대는 친구와 달리 다섯 개를 틀리고도 너무나 느긋한 훈이에 대한 엄마들의 공감지수가 높기 때문.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기 위해 이 광고 홈페이지(www.gohoon.com)를 찾는 이가 급증하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 광고는 소재의 공감폭이 넓은 데다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로 진행돼 주목받고 있다. 훈이 엄마의 입장에서 어떻게 할지를 묻는 질문에 4000건에 육박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이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은 이달 말까지 사이트에 올라온 의견을 취합해 후속편을 만들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 광고는 '가족 같이 친근한 기업'을 모토로 1997년 4월 첫 선을 보였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시즌1이 작품마다 해피엔딩으로 완결되는 형태라면 시즌2는 결론이 없다.

소비자의 의견을 물어 후속편을 만든다.

주인공 훈이 캐릭터뿐만 아니라 광고 스토리까지 소비자의 아이디어와 의견이 반영돼 소비자가 직접 캠페인을 이끌어 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족에 대한 일방향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느끼는 생각을 반영해 공감대를 확산하고 가족애를 다지려는 게 기획 의도"라고 말했다.

이전의 클레이메이션(진흙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대신 3D(차원) 애니메이션을 활용,캐릭터의 표정이 풍부해지고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일기획은 훈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연내 두 편의 광고물을 추가 제작할 계획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