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 대한 은행들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은행들이 보통예금 계좌에서 증권사의 CMA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급여이체 통장의 금리를 최고 연 4%대로 인상하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13일 은행권 최초로 직장인 월급통장 잔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초과 예금에 대해선 최고 연 4.0% 금리를 주는 '아이플랜(I Plan) 대한민국힘통장'을 선보였다.


◆은행,월급통장 금리 인상 본격화

아이플랜 통장은 고객이 직접 설정한 기준금액(최소 300만원)까지는 연 0.15% 금리가 적용되고 기준금액을 넘는 초과분에 대해선 연 3~4% 금리가 지급된다.

고객이 지정한 기준금액별로 △300만~500만원까지는 연 3.0% △500만~1000만원은 연 3.5% △1000만원 이상은 연 4.0%가 적용된다.

전자금융거래 수수료도 무제한 면제된다.

기존 월급통장 고객은 창구에서 전환신청을 하면 다음 날부터 아이플랜 통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자 대신 대출금리 할인 혜택을 선택할 수도 있다.

통장 가입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면 기준금액 초과분에 해당하는 대출금(한도 3000만원)에 대해선 대출금리를 최고 4%포인트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진한섭 기업은행 상품개발팀장은 "직장인들은 예금 실적에 따라 예금금리 우대 혜택이나 대출이자 감면 혜택을 선택할 수 있어 필요에 따른'맞춤설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협도 다음 달 중 월급통장에 최고 연 5% 금리를 적용하는 '뉴해피 통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50만원 이상 초과분을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으로 전환해 연 4%대 금리를 주는 '스윙 어카운트(Swing Account)' 방식을 도입했다.

하나은행도 다음 달께 이 같은 방식으로 월급통장의 잔액이 일정액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하나대투증권의 CMA로 이체시켜주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일정액 이상 보통예금 잔액에 대해 연 4%대 금리를 주는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권에서 23조원이 이탈했고 이 중 19조원은 증권사 CMA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은행들이 보통예금에 대해 4%대 금리를 내걸고 나선 것은 고금리를 좇아 CMA로 이탈하는 자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CMA에는 아직 역부족

은행들이 반격에 나섰지만 아직 역부족이란 평가다.

증권사들의 CMA 금리는 벌써 연 5%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은 이날 CMA 금리를 연 5% 확정금리로 상향 조정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자유형 CMA의 경우 기존 4.7%에서 4.9% 확정금리를 받게 된다.

저축형 CMA의 경우 기간에 따라 각각 4.90%(1~30일),4.95%(31~90일),5.00%(91~180일)의 확정금리를 준다.

별도의 약정을 통한 환매조건부채권(RP) 투자는 90일 이상이면 5.2%를 지급한다.

앞서 대우증권은 금액이나 기간에 제약이 없는 일반형 CMA 금리를 연 5%로 올렸다.

현대증권은 최근 RP형 CMA 금리를 4.8~4.9%로 인상했으며 법인용 CMA 금리는 연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 간 월급통장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 전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