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로버트 나델리가 전 직장인 홈데포에서 과도한 퇴직금을 받았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선 크라이슬러에서 받게 될 연봉 총액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들은 그가 1달러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경영 성과에 따른 보너스 수준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AP통신 칼럼니스트 레이첼 벡은 지난 11일 칼럼을 통해 "미국의 대표적 경영자로 꼽히는 나델리가 명예 회복을 하려면 크라이슬러에서는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훈수를 뒀다.

'1달러 연봉'이라는 얄팍한 계산법만 내세우다가는 자신은 물론 크라이슬러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나델리는 2001년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데포의 CEO가 된 뒤 6년간 수익 개선은커녕 주가가 제자리걸음에 머무르는 신통찮은 실적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 1월 퇴사하면서 무려 2억1000만달러(2000억원)의 퇴직금을 챙겨 논란에 휩싸였다.

칼럼에 따르면 제프리 소넨필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나델리의 '연봉 1달러 선언'이 1980년대 크라이슬러 부흥을 주도한 리 아이어코카를 연상시키지만 아이어코카의 행동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1978년 위기에 봉착한 크라이슬러의 CEO를 맡은 아이어코카는 '연봉 1달러'를 받겠다고 자청하면서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1980년대 크라이슬러의 부활을 주도했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나델리를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소유자라며 우여곡절이 많았던 경력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고 두둔하는 듯한 보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나델리가 끊임없이 되풀이된 실패를 극복하고자 항상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으며 이윽고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곤 했다는 것이다.

GE에서 나델리를 휘하에 두었던 잭 웰치 전 회장도 "나델리가 직선적이고 권위적이라는 평가는 잘못됐다"며 "부하 직원들에게 충성심을 일으키게 하는 훌륭한 리더"라고 평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웰치의 이런 평가도 나델리가 홈데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빛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