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겨냥하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비교 접근이나 동양과 서양의 아주 큰 틀에서의 만남이니 다행히도 그것이 다름 아닌 이 작은 한반도에서 창조적 결합으로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중략) 그 새로운 문명의 꽃을 '한'이라고 부르고 싶다.'(서문 중에서)

시 '타는 목마름으로'로 유명한 시인 김지하씨(66·사진)가 여행산문집 '김지하의 예감'(이룸출판사)을 내놨다.

2005년부터 한 일간지에 연재한 기행문 '문명의 시원을 찾아서'에 새로운 원고를 추가해 엮은 것.

이번 책은 '세계문화기행'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문화기행을 통한 한국 문화의 근원 찾기가 주된 내용이다.

김씨가 주장해온 '한(恨)과 신명(神明)의 조화'가 세계문명의 미래를 좌우할 것임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한(恨)과 신명(神明)의 조화'란 역사적으로 핍박받아온 조선 민중이 자신들의 '한'을 삭이는 대신 동서에 밝은 삶의 지평을 열어가는 지혜를 의미한다.

책에서 '한(恨)과 신명(神明)의 조화'는 '흰 그늘'이라는 말로 대체되기도 한다.

특히 김씨는 카자흐스탄에서 '신(神)'을 의미하는 단어가 '한(han)'이며,이 단어가 동시에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의 이론이 맞아떨어졌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시인이 세계를 여행하는 도중,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써내려간 40여편의 시도 이번 산문집에 담겨 있다.

홍콩과 베트남을 제외하고 모든 여행지에 부인 김영주 여사와 동행한 덕에 그가 그린 43장의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