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로 손실을 보고 있는 헤지펀드에 30억달러를 긴급 투입했다.

모건스탠리 JP모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UBS 등 월가의 5대 투자은행은 그러나 중앙은행의 긴급 자금 투입으로 유동성 위기가 진정될지라도 부실파문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제조치 취한 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는 13일(현지시간) 운용 중인 헤지펀드인 '글로벌 에쿼티 오퍼튜니티즈 펀드'에 30억달러를 긴급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는 이달에만 28%의 손해를 보고 있다.

펀드가치는 지난달 50억달러에서 현재 36억달러로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이 펀드를 청산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이 펀드의 손실률을 공개하는 것과 함께 추가자금 투입이라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펀드 청산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헤지펀드의 손실률을 쉬쉬하며 숨기다가 금융회사로부터 최소 증거금을 갚으라는 마진콜을 당하고서야 16억달러를 투입하고도 청산절차에 들어간 베어스턴스와는 다름을 입증했다.

또 20억달러는 자체 자금으로,10억달러는 다른 투자자 자금을 함께 투입해 심리적 안정감 조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또다른 헤지펀드인 '글로벌 알파펀드'와 '노스 아메리칸 에쿼티 오퍼튜니티즈 펀드'에 대해선 현재로선 자금투입 계획이 없다고 밝혀 불안감을 완전 제거하지는 못했다.

두 펀드는 올 들어 각각 27%와 25%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퀀트펀드'가 이번 사태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어서 다른 퀀트펀드에 대한 환매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동성위기 해소 점치는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사태는 유동성 위기일 뿐 경제적 위기가 아니다"며 "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세계경기가 견조하다고 믿고 있으나 투자심리가 쉽게 살아나기 힘들어 변동장세는 수주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장참가자들이 "FRB를 파트너로 삼고 싶어한다"며 금리인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면 경제지표로 관심이 옮아갈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경제에 대한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성장률은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실업률도 내년엔 4.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시점에서야 FRB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것이란 게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파문의 근인인 모기지 부실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 매입 기피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견해를 나타냈다.

FRB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버틸 것이며 현 사태에 대해 뚜렷한 언급 없이 시간을 벌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도 투자심리 위축상태가 지속돼 금리 인하 압력이 갈수록 점증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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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마진 콜(Margin call)=펀드의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해 미리 정해놓은 일정 수준의 증거금이 부족해질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신호를 말한다.

투자자들 뿐 아니라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도 마진콜을 요청할 수 있다.

증거금 부족분을 급히 보충하라는 전화(call)를 받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마진콜을 당한 펀드는 자금을 급히 보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산 회수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과 유동성 확보로 인한 유동성 경색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진콜에 응하지 못할 경우 환매 요구에 직면해 대부분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선물거래에서 계약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설정한 증거금의 부족분을 보전하라는 의미에서 사용됐으나 펀드 등에도 일반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