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느끼는 경로 최초 검증

마취제 대용할 진통제 개발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입 안이 화끈거리는 것은 '캡사이신'이라는 물질이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물질이 어떤 통로를 통해 신경으로 전달,뇌에 '얼얼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 서울대학교 약대의 통증발현연구단(단장 오우택)이다.

1997년 설립된 연구단은 오우택 단장이 보유하고 있던 미세전류 검출법인 '패치 클램프' 기술을 이용해 설립 1년여 만에 캡사이신의 전달 경로를 명확히 밝혀냈다.

이 물질이 감각신경 말단에 존재하면서 센서역할을 하는 이온채널(통로)을 자극해 열어줌으로써 염증성 통증을 발생시키는 채널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이온채널은 세포 안팎의 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채널이다.

캡사이신이 이 이온 채널과 결합하면 채널이 열리면서 나트륨 칼륨 등의 양이온이 빠르게 세포 안으로 흡수되고,이것이 양전기를 띠고 있어 통각 신경을 흥분시키게 된다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연구단은 아모레퍼시픽과 공동연구로 캡사이신 채널의 길항제를 합성,새 진통제 후보물질(PAC20030)을 개발했다.

캡사이신 채널이 특이하게 통각신경세포에만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 통로를 차단하는 물질을 만들어낸 것.기존 진통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연구단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외에 등록한 특허만 5건에 이른다.

연구단은 현재 이를 독일의 글로벌 제약회사 슈바르츠에 라이선스 아웃(기술료와 러닝 개런티 등의 로열티를 받고 파는 것)한 상태다.

오우택 단장은 "진통제는 제약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라며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암·류머티스 등으로 인해 통증을 앓는 환자가 늘기 때문에 성장세도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마취제를 대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안전한 진통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통증을 전달하는 다양한 이온 채널의 특성과 채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른 속도로 찾을 수 있는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오 단장은 전했다.

연구단은 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하는 '창의적 연구 진흥사업'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