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워FM '두시 탈출 컬투쇼' 청취율 정상
"형식 파괴하고 자유롭게 진행하는 게 비결"


"라디오는 군인과 중고생들이 들으면 '게임 끝'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을 군인과 학생들이 진짜 많이 듣거든요.

인기가 있다는 것은 감지했죠. 하지만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청취율 1위를 하리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끝도 없이 내리는 비가 바이오리듬을 뚝 떨어지게 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의 얼굴은 할짝 갠 하늘이었다.

전날 밤을 새우고 왔다는데도 피곤한 기색은커녕 입에서는 에너지가 뿜어져나왔다.

그러니 라디오 최고의 DJ가 될수밖에.
SBS 파워FM(107.7㎒) '두시 탈출 컬투쇼'(매일 오후 2~4시)의 정찬우(39)와 김태균(35)이 경사를 맞이했다.

최근 한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두시 탈출 컬투쇼'가 동시간대는 물론, 라디오 전체 프로그램 중 청취율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14일 만난 두 사람은 "주변에서 진짜로 우리 프로그램을 많이 듣고 계신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반응이 피부에 팍팍 와 닿았다.

그래도 전체 1위라니~"라며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개그 듀오로 함께 활동해온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라디오 DJ로 호흡을 맞추면서 라디오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 시간대 FM라디오가 음악방송보다는 DJ의 입담에 기댄 토크 위주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됐지만 '두시 탈출 컬투쇼'는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었다.

작가가 써준 대본을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 둘은 즉흥적으로, 그날그날 분위기와 상황에 맞게 형식을 파괴하며 라디오를 진행해나갔다.

과거 '박철의 두시 탈출'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의 '두시 탈출 컬투쇼'는 매일매일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는 듯 자유롭게 질주하면서 계속해서 웃음폭탄을 터뜨려주고 있다.

"초반에는 비속어 사용 등으로 방송위로부터 경고도 많이 받았어요.

그 때문에 PD는 늘 불안해했고(한때는 PD가 노란색 경고판을 손에 들고 이들의 발언을 주시하기도 했다) SBS 고위관계자들은 심기가 불편했죠. 그런데 '짜장면'을 '짜장면'이라고 해야지 '자장면'이라고 하면 맛이 납니까?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하지만 최대한 편안하고 친근하게 진행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러다보니 청취자들이 통쾌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형식을 파괴하고 자유롭게, 격식 차리지 않고 말을 하니까요."(정찬우)

이들은 방송에서 소리도 자주 지른다.

누군가를 향해 장난스레 호통을 치는 등 감정 표현을 위해 거침없이 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귀가 얼얼할 정도로 시끄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마약이다.

어느새 이들의 왁자지껄한 입담에 매료돼, '조용한 라디오'가 어색하게 느껴질 지경인 것.
"우리 라디오를 한번 들으면 다른 방송은 못 듣는대요.

너무 조용해서 답답하다나.

물론 반대로 조용한 프로그램을 원하는 분들은 우리 프로그램에 적응 못 하시구요."(김태균)

'두시 탈출 컬투쇼'는 첫 회부터 라디오 부스 안에 청취자를 초대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에 방청객이 앉아 있듯 청취자들이 두 DJ의 코앞에서 방송을 즐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들의 꾸밈없는 웃음소리도 전파를 함께 탄다.

"처음에 스튜디오에 매일매일 나올 청취자들이 있을까 걱정했어요.

일주일간은 매니저 등 주변 사람들이 채워준 게 사실이구요.

그런데 웬걸 그 다음부터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매일 평균 20~30명의 청취자들이 선발됩니다.

어떤 날은 한 중학교 선생님이 개교기념일에 반 아이들을 다 데리고 오기도 하셨어요."(김태균)

두 사람 모두 시끄럽긴 마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정찬우가 한술 더 뜬다.

그러다보니 정찬우가 일을 저지르거나 말을 뱉어내면 김태균이 수습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정찬우는 심지어 방송 도중 생리 현상으로 인해 화장실로 가버리기도 했다.

"저도 사람인데 그때그때 상황이라는 게 있지 않겠어요? 전날 술을 많이 마시면 컨디션이 나빠 말을 많이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솔직하게 얘기하죠. '제가 오늘 말수가 적죠? 어제 술 마셔서 그래요'라구요.

청취자들이 다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날도 방송 말미에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겠는데 어떡해요.

음악 나오는 사이 태균이에게 대신 청취자들께 양해 말씀 구하라고 부탁한 뒤 화장실로 직행했죠(웃음)."(정찬우)

"제가 일부러 조용히 있는 게 아니라 옆에 앉은 사람이 너무 (말이든 행동이든) '질러'대니 제가 지르는 건 티도 안나고 자연히 수습하는 상황이 많아지죠(웃음)."(김태균)
매일 그렇게 떠들어대니 목도 아프고 힘도 들만 하지만 둘은 생생하다.

"예전부터 라디오 진행을 하고 싶었고 막상 하니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돼 무척 좋다"는 정찬우는 "워낙 개그 공연을 오래 하다보니 목이 웬만해서는 안 쉰다.

직업 특성상 말을 많이 하면 안 쉬고 노래를 많이 부르면 쉰다.

인체는 참 신비한 것 같다"며 웃었다.

'두시 탈출 컬투쇼'은 이들 DJ의 입담 못지않은 거침없는 진행 방식으로 화제다.

가수가 신보를 들고 나오면 여러 곡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 프로그램 안에서 타이틀곡만 계속해서 다섯 번 틀어준다거나 청취자의 사연이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종이를 구겨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 방송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까닭에 이들의 행동은 모두 '보인다'.

"요즘은 청취자들이 사연 말미에 '제 사연 다 읽고 구겨버릴 거죠?'라고 먼저 선수를 치시더군요(웃음)."(정찬우)

방송이 워낙 재미있다보니 이들의 입담에 정신없이 빠져 있다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항의성 경험담도 종종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다.

"저희 방송 듣다가 교통사고 났다는 얘기 진짜 많이 들었어요.

물론 큰 사고는 아니었겠지만 접촉사고나 아슬아슬한 상황을 실제로 많이 만나나봐요.

한번은 '저 포크레인 기사인데요.

너무 웃다가 엉뚱한 데를 건드려 수도관이 터졌어요'라는 사연도 있었어요."(정찬우)

5월 방송 1년을 맞으면서 앞으로 1년만 더 하자고 결심했던 두 사람은 이번에 청취율 1위를 달성하면서 계획을 수정하게 됐다.

"딱 1년만 더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안될 것 같아요.

청취자들이 지금처럼 원하시는 한은 계속하고 싶어요.

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을 때 그만두고 싶어요.

그때까지는 계속 자신감 있게, 소신 있게 진행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