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뱅앤올룹슨…디자인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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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ㆍ품질보다 디자인 우선…年7300억 매출의 비결
덴마크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뱅앤올룹슨(B&O)은 사내에 고문실(torture chamber)을 두고 있다.
고문실이라면 언뜻 사원을 고문하는 곳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이 회사의 고문실에선 제품을 고문한다.
오디오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B&O는 10년이란 수명보장을 위해 1~2m 높이에서 제품을 떨어뜨린다.
커피를 쏟았을 때를 대비해 뜨거운 국물로 제품을 고문하기도 한다.
더 심한 고문은 TV화면을 45㎏의 쇳덩어리로 깨부수는 것이다.
이는 TV가 깨졌을 때 유리파편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B&O는 갖가지 고문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량과 위험성을 제거한다.
이 같은 기술적인 철저함은 B&O의 창업정신에서 출발했다.
B&O가 창업하던 당시인 80여년 전에 나온 라디오들은 배터리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라디오는 배터리가 닳으면 다시 갈아 넣어야 했다.
때문에 불편했다.
더욱이 그땐 배터리 값이 너무 비쌌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어릴 때부터 라디오마니아인 피터뱅과 스벤드올룹슨은 전기로 사용할 수 있는 라디오를 만들기로 하고 1925년 뱅앤올룹슨(B&O)이란 중소기업을 창업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기업을 키우기 보다는 최고의 기술과 품질에 승부를 걸기로 하고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창업한 다음 해에 배터리 없이 전기(AC) 플러그에 꽂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어 B&O는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찾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채널이 맞춰지는 라디오를 선보였다.
또 휴대용 스테레오 오디오,레코드 플레이어 등에서 수많은 세계 최초기술 제품을 양산해냈다.
B&O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힘을 쏟은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
그래서 결국 고문실까지 설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철저한 기술개발 덕분에 B&O는 전 세계 오디오 애호가들을 열광적인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였다.
대학시절 '전 재산'을 털어 구입한 베오그램 레코드플레이어를 무척이나 아꼈던 기자는 1년여 전 '80년의 시간 속으로'라는 주제로 B&O가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개최한 제품전시회를 찾아보고 한 회사가 너무나 많은 신제품을 개발해낸 데 놀랐다.
안타깝게도 경제적 사정으로 팔아버린 '베오그램 4000'모델이 그곳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여기선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돼있는 '베오랩 8000' 스피커 등도 선보였다.
이 전시회를 불러보고 B&O 제품의 강점은 기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음향기기 마니아들에겐 이미 B&O가 세계 최고의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B&O가 전 세계 수요자들에게 호응을 받은 것은 기술에 디자인이 합쳐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최근에 이 회사가 내놓은 첨단 스피커인 '베오랩 5'를 보면 아무리 봐도 스피커 같아 보이지 않는다.
종 모양을 하고 있어 어느 자리에서 듣던지 악기가 연주하는 원음을 그대로 낼 수 있게 디자인 됐다.
홈시어터인 베오링크도 오디오 제품이긴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제품으로 느껴진다.
현재 B&O가 만드는 오디오제품 TV 전화기 CD플레이어 등은 한결같이 디자인제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데 흠이 있다면 바로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 B&O가 내놓은 홈시어터를 패키지로 사면 1억원을 넘어선다.
대형 자동차값과 맞먹는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에게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봤다.
그는 첫째가 디자인값,둘째가 기술값,셋째가 품질값이라고 했다.
이 회사를 보면 지금까지는 '디자인이 경쟁력이다'라고 했지만 이젠 '디자인은 돈이다'라고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기술과 품질을 가진 기업이라면 디자인으로 고가 전략을 펴야 살아남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현재 이 회사는 이런 디자인을 팔아 연간 7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디자인실이 없어 고급디자인을 내놓기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렇게 고급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B&O도 고문실은 있으나 디자인실은 없다.
모든 디자인을 외주에 의존하면서 내부에선 시스템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O는 디자인을 혼자서 독점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고급 휴대폰 세린을 선보였으며 아우디와는 승용차 내장용 카오디오를 합작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덴마크의 B&O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교훈을 주는 건 앞으로 제품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기술과 품질에다 '디자인'을 부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
덴마크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뱅앤올룹슨(B&O)은 사내에 고문실(torture chamber)을 두고 있다.
고문실이라면 언뜻 사원을 고문하는 곳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이 회사의 고문실에선 제품을 고문한다.
오디오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B&O는 10년이란 수명보장을 위해 1~2m 높이에서 제품을 떨어뜨린다.
커피를 쏟았을 때를 대비해 뜨거운 국물로 제품을 고문하기도 한다.
더 심한 고문은 TV화면을 45㎏의 쇳덩어리로 깨부수는 것이다.
이는 TV가 깨졌을 때 유리파편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B&O는 갖가지 고문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량과 위험성을 제거한다.
이 같은 기술적인 철저함은 B&O의 창업정신에서 출발했다.
B&O가 창업하던 당시인 80여년 전에 나온 라디오들은 배터리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라디오는 배터리가 닳으면 다시 갈아 넣어야 했다.
때문에 불편했다.
더욱이 그땐 배터리 값이 너무 비쌌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어릴 때부터 라디오마니아인 피터뱅과 스벤드올룹슨은 전기로 사용할 수 있는 라디오를 만들기로 하고 1925년 뱅앤올룹슨(B&O)이란 중소기업을 창업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기업을 키우기 보다는 최고의 기술과 품질에 승부를 걸기로 하고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창업한 다음 해에 배터리 없이 전기(AC) 플러그에 꽂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어 B&O는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찾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채널이 맞춰지는 라디오를 선보였다.
또 휴대용 스테레오 오디오,레코드 플레이어 등에서 수많은 세계 최초기술 제품을 양산해냈다.
B&O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힘을 쏟은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
그래서 결국 고문실까지 설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철저한 기술개발 덕분에 B&O는 전 세계 오디오 애호가들을 열광적인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였다.
대학시절 '전 재산'을 털어 구입한 베오그램 레코드플레이어를 무척이나 아꼈던 기자는 1년여 전 '80년의 시간 속으로'라는 주제로 B&O가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개최한 제품전시회를 찾아보고 한 회사가 너무나 많은 신제품을 개발해낸 데 놀랐다.
안타깝게도 경제적 사정으로 팔아버린 '베오그램 4000'모델이 그곳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여기선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돼있는 '베오랩 8000' 스피커 등도 선보였다.
이 전시회를 불러보고 B&O 제품의 강점은 기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음향기기 마니아들에겐 이미 B&O가 세계 최고의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B&O가 전 세계 수요자들에게 호응을 받은 것은 기술에 디자인이 합쳐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최근에 이 회사가 내놓은 첨단 스피커인 '베오랩 5'를 보면 아무리 봐도 스피커 같아 보이지 않는다.
종 모양을 하고 있어 어느 자리에서 듣던지 악기가 연주하는 원음을 그대로 낼 수 있게 디자인 됐다.
홈시어터인 베오링크도 오디오 제품이긴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제품으로 느껴진다.
현재 B&O가 만드는 오디오제품 TV 전화기 CD플레이어 등은 한결같이 디자인제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데 흠이 있다면 바로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 B&O가 내놓은 홈시어터를 패키지로 사면 1억원을 넘어선다.
대형 자동차값과 맞먹는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에게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봤다.
그는 첫째가 디자인값,둘째가 기술값,셋째가 품질값이라고 했다.
이 회사를 보면 지금까지는 '디자인이 경쟁력이다'라고 했지만 이젠 '디자인은 돈이다'라고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기술과 품질을 가진 기업이라면 디자인으로 고가 전략을 펴야 살아남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현재 이 회사는 이런 디자인을 팔아 연간 7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디자인실이 없어 고급디자인을 내놓기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렇게 고급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B&O도 고문실은 있으나 디자인실은 없다.
모든 디자인을 외주에 의존하면서 내부에선 시스템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O는 디자인을 혼자서 독점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고급 휴대폰 세린을 선보였으며 아우디와는 승용차 내장용 카오디오를 합작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덴마크의 B&O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교훈을 주는 건 앞으로 제품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기술과 품질에다 '디자인'을 부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