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ㆍ물류사업 강화위해 대한통운도 입질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는 단연 대우건설이었다.

국내 최대 건설업체인 만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가 바뀔 수 있어서였다.

때문에 대우건설 인수전은 초반부터 재계의 관심을 끌어모았고,금호아시아나 한화 두산 유진 프라임건설 등 대기업부터 중견 건설업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국 대우건설은 6조4000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금호아시아나 품에 안겼고,금호의 재계 서열은 11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서 7위로 올라섰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에 '올-인'한 이유는 대우건설의 미래가치가 높은 데다 금호산업 등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1년 기업 역사에서 합성수지 전문업체인 미원유화(1997년)와 동아생명(2000년)을 인수한 게 전부일 정도로 M&A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M&A 초보자'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올 2분기 실적이 매출 4조6011억원,영업이익 3463억원으로 작년 2분기(대우건설 포함한 실적)에 비해 각각 12.5%와 15.2%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인수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거두고 있는 가장 큰 효과는 같은 건설 계열사인 금호산업과의 시너지다.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은 지난달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종합 시공능력 평가에서 각각 1위와 10위를 차지한 대형 건설업체다.

그룹 내 2개 건설회사가 협력과 경쟁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각 사의 경쟁력도 배가되고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올 상반기 수주 실적은 작년 동기보다 11.5% 증가한 4조6600억원에 달했으며,금호건설은 무려 170%나 증가한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상반기 중 금호비앤피공장 증설 공사 등 그룹 물량만 10여건을 수주했다.

최악의 건설경기 속에서도 양대 건설 계열사들이 모두 승승장구한 만큼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은 해외 네트워크,기술,시스템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동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를 통해 향후 10년 내 대우건설을 '글로벌 톱 10 건설회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국내 최고 건설회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해외사업을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이를 위해 인재 및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해외 기업과의 제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그룹 내 항공 화학 타이어 등 주요 계열사들의 해외 진출 때도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대우건설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주요 계열사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현재 영위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분야에서 1~2위 자리를 굳히게 됐다.

건설 부문에서 확고한 국내 1위에 오른 데 이어 합성고무 등 화학 제품,타이어,항공,렌터카,고속버스 부문에서도 1위 또는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룹 관계자는 "화학·타이어,운송·물류,건설·레저,금융·기타 등 4개 사업부문에서 안정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이 완료된 상태"라며 "향후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앞으로 운송·물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조만간 가시화될 대한통운 인수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국내 최대 운송업체인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항공에서부터 육상 수송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물류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