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작년 기업 인수ㆍ합병 절반은 잘못"

미국계 경영전략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성사된 기업 인수·합병(M&A) 거래 중 절반은 실제 가치에 비해 비싼 돈을 주고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맥킨지는 "50%의 성공 확률은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라며 "과거에는 M&A 거래 중 3분의 2는 주주들에게 전혀 가치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M&A를 성사시키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M&A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는 더욱 힘들다는 얘기다.

M&A 전문가들은 "많은 기업들이 M&A를 성사시키고도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전략과 전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M&A는 기업의 전체적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인데, M&A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것.결국 기업의 전체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M&A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98년 하나은행은 대기업,고소득층 중심의 은행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화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하나은행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보람은행을 합병,전략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나은행과 같이 M&A 전략을 수립할 때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업계의 M&A처럼 브랜드,유통망,마케팅 비용 등 경영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것인지,LG전자의 미국 제니스 인수처럼 기술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것인지 등을 분명히해야 한다.

또 SK㈜의 인천정유 인수처럼 M&A를 통해 기존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싶은지,타임워너(콘텐츠)와 AOL(채널)의 합병처럼 기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지,SK그룹의 한국이동통신 인수처럼 전혀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고 싶은지 등의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M&A에 임해야 한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선 M&A 전담 부서를 꼭 설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업의 장기 전략에 맞는 M&A를 위해 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장세진 고려대 교수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M&A를 할 때 기회에 의존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즉흥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십중팔구 실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M&A 전담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두산그룹의 CFP(Corporate Finance Project) 팀.M&A 분야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이 팀은 늘 두산그룹의 전체 전략을 달성할 수 있을 만한 M&A 매물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최근 두산이 세계 1위 소형 건설중장비 업체인 잉거솔랜드의 사업부문 3개를 인수하면서 국내 기업 최대 규모의 글로벌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오랜 준비의 결과라는 평가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은 지난 14일 기업설명회(IR)에서 "수백 개의 기업 리스트를 가지고 늘 M&A를 연구한다"며 "2년 전부터 밥캣(잉거솔랜드의 소형 중장비 브랜드) 같은 제품 라인을 갖춘 회사를 찾았고,지난 5월 밥캣이 매물로 나오자 누구보다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략 및 계획 수립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피인수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핵심 키워드는 '시너지'다.

시너지란 합병된 두 기업이 합병 이전의 개별 기업으로서 달성할 수 있었던 이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

보통 M&A를 할 때에는 재무 상태,현금 흐름 등 금전적인 요소뿐 아니라 합병시 두 회사가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측정해 인수 가격으로 얼마를 지불할지,즉 '인수 프리미엄'을 책정하게 된다.

이는 실사 단계에서뿐 아니라 첫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피인수 기업을 실사할 때는 이 밖에도 문화적 충돌 가능성은 없는지,법률적으로 M&A가 가능한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두 기업을 합병하면 시장의 경쟁 제한을 초래해 제재받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동양제철화학은 지난해 국내 카본블랙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간과하고 미국 컬럼비아케미컬(CCC)을 인수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었다.

철저한 법률적 검토 없이 M&A에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