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잦은 비 "아열대 기후 반영" 목소리에

기상청, 첫 공식 논의 … 새 기상개념 도입 관심

'장마'가 사라지고 '우기(雨期)'가 오는 걸까. 기상청이 기존 장마 개념을 버리고 여름철 비내리는 시기를 '우기(雨期)'로 구분하자는 일부 학계의 주장을 공식회의의 의제로 선정,그 결과가 주목된다.

기상청은 오는 20일 학계와 기상청 관계자가 참석하는 기후예측전문가단 회의와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집중호우전문가 회의에서 '우기'라는 용어 도입을 놓고 의견을 교환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상청이 열대 및 아열대 기후를 설명하는 개념인 '우기'의 도입 문제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윤 기상청 예보국장은 "장맛비와 게릴라성 호우를 구분하지 않고 여름철 강우 전체를 우기로 규정하자고 학계 일부에서 화두를 던진 만큼 앞으로 열릴 두 번의 전문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규동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은 최근 "여름철 전체를 우기로 놓고 3~4일 단위로 강수 유무에 대한 세밀한 기상예보를 제공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상청이 과거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도 않던 '우기'개념 도입 논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최근 장마 이후 비가 더 자주 오는 현상을 기상예보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느끼기엔 장맛비나 게릴라성 호우나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점을 기상예보에 감안해야 한다는 것. 지난달 29일 기상청이 장마가 끝났다고 선언한 이후 보름 가까이 연속적으로 비가 계속 내려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도 한 몫 했다.

물론 이번 회의에서 당장 우기 개념이 도입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 국장은 "그동안 사용된 장마 개념만 해도 수십년에 걸친 데이터에 바탕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두 번 회의로 한반도에서 적용되는 기상 개념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으로선 장마전선에 의한 강수와 게릴라성 폭우가 기상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데다 온대기후인 한반도에 아열대 기후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수백년 이상 장마가 일상에 체화돼 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