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국내 설비투자 재시동
현대重 100만t 도크… 삼성重 거제에 블록공장… 대우 옥포도크 확장

수주 급증 대응… 지자체도 적극 지원


부지확보가 어려워 한동안 국내 투자를 미뤄왔던 '조선 빅3'가 국내 생산설비 늘리기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팔짱만 끼고 있던 지방자치단체가 특화단지조성 등 투자유인책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조선소 유치 활동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15일 거제조선소 인근 지역에 약 2700억원을 투자, 2010년까지 28만㎡(약 8만5000평) 규모의 선박용 블록조립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 공장에선 메가블록을 포함한 연간 10만t의 블록을 추가 제작하게 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산업도시로 부상한 거제시의 요청으로 경상남도가 연초면 한내리를 한내조선특화농공단지로 지정함에 따라 설비확장에 나서게 됐다"며 "건설과정에서 인허가나 민원에 시달리지 않아 회사 측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이번 공장건설로 연간 5500억원의 생산증대와 60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거제시는 조선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로 공장부지를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지정된 부지는 거제조선소와는 약 2km 폭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 해상수송이 용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중공업은 연내에 토지감정, 보상작업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초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도 포항 영일만 신항 내 33만㎡(약 10만평) 부지에 1800억원을 투자, 2009년까지 연간 15만t 규모의 선박건조용 블록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포항을 제2의 조선 메카로 만들려는 포항시의 유치 노력에 따라 공장을 짓기로 했다"며 "포스코와 인접해 있어 후판 운송이 매우 용이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2000여명의 고용창출과 1만명의 인구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회사는 울산 조선소에도 국내 최대 규모인 100만t급 도크를 건설한다.

현재 9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주 물량이 넘쳐 열 번째 도크를 증설하는 것. 11월 착공해 2009년 완공할 예정인 이 도크에는 1600t급 규모의 초대형 크레인도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도크 건설로 연간 2조5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안에 옥포조선소 제2 도크의 길이를 380m에서 570m로 연장하는 공사에 들어간다. 2009년 말 상반기에 확장공사가 끝나면 연간 10여척의 선박을 더 만들 수 있어 추가로 1조원 규모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조선 빅3가 경쟁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자체의 투자유치 노력에다 기존의 설비로는 대폭 늘어난 수주물량의 납기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생산능력 부족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와 선박, 플랜트의 대형화 추세도 설비투자를 촉진시켰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