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어진 대형주들이 폭락장에서도 두드러진 낙폭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전 10시47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은 28만3500원으로 11% 넘게 급락하며 석달여 만에 30만원선 아래로 주저앉고 있다.

LG필립스LCD는 8% 가까이 떨어지고 있고, 삼성중공업의 경우 낙폭이 12%에 달하고 있다.

이 밖에 삼성물산(10%), 대우조선해양(14%), 두산중공업(11%), GS건설(14%), 현대산업(12%), 두산인프라코어(14%), 삼성테크윈(13%) 등도 이례적인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대형주 지수의 낙폭은 7%로 중소형지수 낙폭(9%)와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대형주들은 과거엔 주가 등락폭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상승장에서도 하락장에서도 중소형주 못지 않은 가벼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그 간 지수 상승을 이끌어온 주도주들을 중심으로 대형주들의 낙폭이 예전에 비해 커진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50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우며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짝 사자에 나섰던 지난 9일을 제외하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13일부터 한달 넘게 '팔자'로 일관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팔아치운 물량만 9조원에 달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확대된데다, 외국인들의 매도가 이어지면서 대형주들도 중소형주 못지 않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대형주의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어 주가 복원시 탄력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시각 현재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4741억원과 2041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지만,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6037억원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과 전기전자, 운수장비, 화학 등을 위주로 대형주를 5000억원 넘게 사들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선엽 연구원은 "지수 조정이 본격화된 지난달 26일 이후 기관이 LCD와 반도체 등 일부 전기전자 종목에 대한 매수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주도주 형성의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기관들이 IT 등 대형주에 대해 적극적인 매수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고 있고, 그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일시적인 것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비중 확대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도 비차익성 프로그램 매수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등 기관의 매수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