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같은 대형마트 9월 개장 … 강남권 첫 진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롯데의 '텃밭'인 서울 잠실에서 '럭셔리 매장'을 무기 삼아 롯데에 도전장을 냈다.

잠실 '롯데타운'과 불과 1km쯤 떨어진 곳에 다음 달 1일 들어설 61호점을 갤러리,와인바,시푸드 레스토랑 등 '백화점급' 시설을 갖춘 차별화된 매장으로 준비 중인 것.잠실점은 홈플러스의 강남권 첫 점포라는 점도 주목된다.

'부자 동네'에서 홈플러스의 브랜드 가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이승한 사장이 점포 컨셉트 등 'A부터 Z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럭셔리'로 롯데 텃밭에 도전장

홈플러스 잠실점은 지하 5층,지상 4층에 영업 면적 1만3223㎡를 갖춘 대형 점포다.

부근 잠실 시영아파트 6800여가구가 내년 7월 입주 예정이고,주변에 1만7000여가구 규모의 잠실 1∼4단지 등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 중이거나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수두룩한 '황금 상권'이다.

하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놀이시설 등을 갖춘 '롯데타운'이 지척에 버티고 있다는 게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홈플러스가 잠실점을 기존 매장과는 차별화된 프리미엄급으로 꾸미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처음으로 와인바(상호명은 베스파,와인나라가 운영)와 갤러리를 들여 놨고,입점 식음료 업체도 시푸드레스토랑 '리틀 아일랜드',아이스크림 전문점 '구스티모',커피 전문점 '글로리아 빈스' 등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3층엔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과 수입 브랜드 멀티숍을 열 계획"이라며 "유기농 등 건강·웰빙과 관련된 상품 비중을 높이는 등 기존 매장과는 인테리어,상품 구색,입점 매장의 질이나 종류 등에서 확연히 차이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강남에서 뜰까?


홈플러스가 잠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라는 상대 '선수'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게 첫 번째 난관이다.

롯데마트 잠실월드점은 연 매출 1900억원으로 롯데마트 전국 매장 가운데 1위다.

롯데백화점(8000억원)까지 합하면 1조원에 육박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복합쇼핑몰 기능을 갖춘 '롯데타운'은 난공불락에 가깝다.

게다가 잠실사거리를 중심으로 사방에 온갖 유통업태가 총망라돼 있다.

잠실역 지하상가가 지난해 5월 새단장을 마치고 고급 상가로 탈바꿈한 데다 각 단지 안에도 어지간한 대형마트와 규모가 비슷한 상가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변에 재래시장까지 있어 이곳은 유통업태의 종합선물 세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승한 사장이 '강남 최고 점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입점업체 사장들에게 호언할 정도로 홈플러스는 나름대로 승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롯데가 10년 넘게 독주해 오면서 가격,서비스 측면에서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잠실점이 강남권 첫 매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홈플러스가 총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애초 홈플러스는 롯데를 의식해 잠실점을 2500평 수준의 콤팩트 매장으로 계획했으나 올초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라는 브랜드가 강남에서 통하느냐만 확인할 수 있어도 홈플러스에는 의미 있는 성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객 유치 총력전

홈플러스와 롯데의 격돌로 인근 잠실 주민들은 '호재'를 맞게 됐다.

당분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롯데마트는 홈플러스가 문을 여는 날 대대적인 상품 할인 행사를 열기로 했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타깃 마케팅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고객을 뺏기지 않을 비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문화센터 강좌 수를 일반 매장의 두 배 수준인 700개가량 준비한 것도 주민들로선 반가운 일이다.

롯데백화점도 인기 강사를 모시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