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관련 테마파크를 짓는 이른바 로봇랜드를 둘러싼 지자체간 경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산자부가 로봇산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로봇랜드를 조성하겠다고 나서자 10개 광역지자체가 서로 유치하겠다며 지역 국회의원들을 동원하며 로비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원금의 20배에 달하는 1조원을 로봇랜드에 투입하겠다는 거창한 계획까지 내놨다는 후문이다.

로봇랜드 하나 조성된다고 하루아침에 로봇산업이 일어서는 것도 아니고, 이를 유치한다고 해당 지역이 바로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 모두 로봇산업이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인식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물론 로봇은 몇년 전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선정했을 만큼 향후 유망산업이 될 수 있다.

이미 생산현장에서 육체노동의 많은 부분을 산업용 로봇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언젠가는 인간 생활의 상당부분도 로봇이 대신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로봇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흔히 인간을 닮은 로봇을 꿈꾸기도 하지만 이게 실현되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일본 대기업들이 로봇에 뛰어들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대와 현실(또는 시장)간의 간극이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는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로봇은 기초에서 응용·개발에 이르기까지, 또 여러 분야의 관련기술들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고, 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일관성있고 지속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가 이리저리 중구난방(衆口難防)식으로 일을 벌인다고 곧바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그런 분야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로봇랜드를 둘러싼 지자체간 이상과열은 어찌보면 산업자원부가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뭔가를 보여주려는 전시적 행정보다 본질에 충실한 로봇산업 육성책이 정말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