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해외증시의 급락 영향으로 `패닉(공황)' 상태를 나타내고 있어 다시 안정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하락은 미국 서브 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며 그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어서 당분간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거시경제와 기업실적, 환율 등 변수들이 증시에 우호적이고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국내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중장기 증시 전망은 밝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5.91포인트(6.93%) 급락한 1,691.98로 마감됐으며 코스닥지수는 77.85포인트(10.15%) 떨어진 689.0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은 최근 개인 신용거래계좌의 담보비중 축소로 인한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며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으며, 이같은 현상은 신용거래 만기가 몰려있는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서브 프라임모기지의 파장이 어디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증시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우려가 부각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946원대로 상승했으며 원.엔 환율은 5개월만 처음으로 800원대로 올라서는 등 엔캐리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되면서 유동성의 힘으로 강세를 지속해왔던 증시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심리자체가 안 좋은 상황이고 서브프라임모기지의 파급효가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손실 규모가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는 지 파악이 안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국내 증시도 이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 센터장은 "외국인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향에 따라 매도세를 계속하는 데다 국내 기관들이 코스피지수의 약세를 예상해 자금 집행을 보류하고 개인마저 투매에 동참해 지수 급락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휴일 동안 미국 증시가 폭락한 것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한국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지만 심리와 수급이 꼬이면서 지나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글로벌증시의 하락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하고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미국과 아시아 증시가 조정을 받음에 따라 악재요인들이 한꺼번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계속 팔고 있고, 기관 사는 구조인데 개인이 매도에 가담하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낙폭 과도하지만 `소나기'는 피하자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서 일순간에 1,700선 초반까지 밀린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향후 전개될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관망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손절매에 가담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저가매수에 들어가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종현 센터장은 "현재 지수전망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제하고 "쏟아지는 소나기는 피해가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는 저가매수나 손절매에 가담하기보다는 가만히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정영완 투자전략센터장은 "패닉에 근거한 과매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단기적으로 주가 전망이 무의미하다"고 전제하면서 "심정적으로는 오늘 급락으로 가격조정은 대충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그러나 "주식보유자는 일단 보유하고 관망한 후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하반기 실적호전주로 교체매매하고 현금보유자는 현재의 주가 급락이 절호의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 까지 관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곤 연구원도 "저가매수 전략은 아직은 이른 것 같으며 시장이 안정 찾는 걸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저가매수 기회

박종현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 위험을 배제할 수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주가는 주가이익비율(PER) 12.5배로 싼 편"이라면서 "증시의 상승추세가 꺾인 것은 아니므로 길게 볼 때는 매수기회"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한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기업이익의 개선 등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은 양호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의 상황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진행, 기술적으로 다우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도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중국증시가 견조하고 한국 증시의 가격매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투매에 가담하기 보다는 힘들더라도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재훈 부장은 "서브프라임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다고 해도 코스피지수가 일거에 1,700선 초반까지 밀린 것은 과도하다"면서 "투매에 가담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료를 선반영한다는 증시의 속성 상 지수 급락은 조기에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희진 센터장은 "투자자들은 투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코스피지수 1,750 아래에서는 주식자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상반기처럼 빠른 주가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