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언론인 이규태씨는 "포옹하는 동작과 박수를 크게 치는 동작은 비슷한데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존경심을 주체할 수 없는 나머지 나오는 행동이 곧 박수라는 얘기다.

박수가 자주 터져 나오는 곳은 공연장이다.

훌륭한 성악가나 오페라 가수,연주자를 향해 성원을 보내면서 아낌없이 손뼉을 친다.

박수의 백미는 기립박수다.

감동한 관객이 공연자에게 온 몸으로 보내는 성원이어서 최고의 찬사로 친다.

그래서 '공연을 완성시키는 건 기립박수'라고 말하는가 보다.

요즘 국내외 유명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지면서 국내 공연장에서도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20여년 전 폰 카라얀이 베를린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 공연을 했을 때,박수소리가 적어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는 당시와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다.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묻지마 박수''거품 박수'에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을 지경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닌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심리학적 측면에서 박수를 주제로 다루면서 '과잉기립박수증후군(Excessive Ovation Syndrome)'을 언급했다.

일부 관객들은 신통치 않은 공연을 본 후에도 기립박수를 치며 열광하는 병이 미국 전역에 만연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특히 값비싼 표를 산 사람일수록 돈도 있고 감각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박수에 더욱 열심이라고 한다.

이들은 또 유명 배우가 등장하면 환호와 함께 요란한 박수를 치는데,은연 중 자신이 그 배우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걸 자랑하고픈 심리가 깔려 있어서라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박수는 공연자들에게 큰 격려가 된다.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남발되는 박수와 환호는 되레 공연의 흐름을 방해하기 일쑤다.

유럽의 관객들이 공연의 마지막 여운까지 음미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