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제안할 것으로 보이는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이 과연 순조롭게 실현될 것인가.

노 대통령은 경제공동체가 '퍼주기'란 비판을 받기도 해 온 기존의 남북 경제협력을 뛰어넘어 '생산적 투자협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기업들은 투자수익 보장 등 대북투자에서 안전성이 최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적지 않은 입장차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남북 FTA 또는 CEPA 체결하나

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밝힌 남북 경제공동체 복안은 남측이 북한의 도로,항만,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자본을 적극 투자해 북한의 경제 재건을 돕고 남측은 이를 바탕으로 투자 수익을 올리자는 구상이다.

이 구상에는 제2의 개성공단 등을 조성해 남측 기업들의 투자를 더욱 확대하자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남북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이보다 낮은 단계의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경협사업에 대해서는 무관세 거래 방식으로 나가기 위해서다.

국제적으로 남북경협을 민족 내부거래로 인정받으면 이게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노 대통령이 현재 민족 내부거래 형태로 추진되는 무관세 거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훈 신임 통상교섭본부장도 "남북 FTA 추진을 이번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얼마나 개방 및 국제교역 참여 의지를 갖고 있느냐"고 말했다.

전례도 있다.

2003년 6월 중국과 홍콩 특별행정구 간 체결된 CEPA다.

중국과 홍콩은 일국양제 체제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국가 대 국가의 협정인 FTA가 아니라 비조약적 성격의 '약정' 형식으로 사실상의 FTA를 체결했다.

다만 남북 간 무관세 거래가 허용돼 교역량이 대폭 확대되면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의 제소가 우려된다.

◆신중한 재계,"걸림돌은 투자 안전성"

재계는 경제공동체 방안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대북 투자수익이 보장되는 등 투자 여건이 맨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어떤 형식이 되든 기본적으로 투자 수익이 예상되고 투자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대북투자는 자연히 많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북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가 제시하는 투자안전 보장은 통신,통행,통관 등 '3통'의 원활화와 청산결제,이중과세 방지,투자보장 및 상사중재 등 4대 경협합의서의 이행 등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예컨대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원활한 인력 조달,임금직불 등 경영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며,북측이 이를 통해 남북 간 '윈윈'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대 걸림돌은 전력,용수,인프라 등 투자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은 것"이라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대북투자 여건을 조성하는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등 떠밀리기' 식으로 대북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으며,투자를 위한 제도 마련,여건 정비 등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김홍열/김현석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