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후폭풍] (上) 글로벌 금융체제 3大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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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파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검은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리우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파장이 번질지 모르고 누구까지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휘감으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파장이 모기지와 관계없는 일반기업으로까지 번지고,지역적으로도 미국에서 세계적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이전에는 볼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금융위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장이 '전염적·동시적·폭발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지난 2000년이후 만들어진 글로벌 금융체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파문이 만들어내는 불안감의 기저에는 극히 전염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처음 터졌을때만해도 다른 경제부문으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서브프라임이 미국 전체 모기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전체 금융자산의 1%미만에 불과한 탓이었다.
따라서 모기지회사와 이를 취급한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많아야 500억-1000억달러를 손해보는 선에서 파장은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서브프라임 파문의 전염성은 놀라왔다.
뉴센추리파이낸셜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모기지회사들이 우선 나가 떨어졌다.
곧바로 투자은행과 헤지펀드가 파문에 휩싸였다.
투자은행들은 모기지회사와 헤지펀드등 펀드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이른바 첨단금융기법을 통해 모기지가 취급되는 즉시 증권화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자산담보부증권(CDO)과 대출담보부증권(CLO)등 각종 신용파생상품이 이런 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의 구미를 당겼고,날개돋친듯 팔렸다.
문제는 모기지를 담보로한 채권이 현금흐름이 전제되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대출원리금이 제때 상환되야만 채권가치가 유지된다.
그러나 주택경기침체로 원리금 상환이 이상을 빚으면서 채권값이 하락했고 헤지펀드의 손실률도 덩달아 커졌다.
CDO등의 발행을 중개하면서 모기지회사나 헤지펀드에 자금을 빌려줬던 투자은행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기지를 비롯한 위험성이 가미된 채권을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멀쩡한 펀드조차 환매를 요구하는 이른바 '펀드런(fund run)'현상도 나타났다.
모기지회사에서 일반기업까지 파장에 휩싸이는 놀라운 전염성을 보인 셈이다.
파문이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하는 점도 이번 파장의 특징이다.
지난 1998년 롱텀캐피탈 사태만해도 사안자체가 국제적이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파문은 미국에 국한된 문제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미국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호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등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이 동시에 나가 떨어졌다.
도대체 어떤 나라가 얼마만한 피해를 입었는지 모를 정도로 동시적으로 피해자가 나타나다보니 시장참가자들은 공포감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파문이 동시적으로 나타나자 이에 대응하는 중앙은행들도 동시적이었다.
지난 9일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등 각국중앙은행들은 동시적으로 단기유동성을 공급하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적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세계가 동시에 파문에 휘말린 것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이 통신수단의 발달과 파생금융상품의 발전으로 급속히 통합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풍부한 유동성은 돈이 되는 지역이면 언제 어느때고 넘나 들었다.
그러다보니 유럽이나 호주등 다른 나라 금융회사들도 수익률이 높은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을 아무 문제없이 사들였다.
결국 이번 파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통합화현상이 확실히 인식됐다.
그말은 곧 '리스크의 글로벌화'를 뜻한다.
특정지역,특정 상품의 리스크가 순간적으로 글로벌화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각국 증시가 이번 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서브프라임 파문의 또다른 특징은 엄청난 폭발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많아야 1000억달러만 손해보면 될 것 같았던 파장은 1000억달러의 수십배까지 피해를 낳고 있다.
이유는 그동안 각종 주체들의 차입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5-6년동안 저금리를 바탕으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등은 외부자금을 끌어들여 짭짤한 재미를 봐왔다.
차입매수(LBO)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존슨앤존슨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기업들조차 싼금리로 자금을 빌려 자사주를 매입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차입비율,즉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수익률도 높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차입비율이 높아질수록 리스크도 커졌다.
문제가된 골드만삭스의 아메리칸 오퍼튜니티즈펀드의 경우 차입비율은 투자원금의 6배에 달한다.
10억달러가 원금이라면 60억달러는 빚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서브프라임으로 10%의 손실률을 기록할 경우 손해액도 무려 7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투자원금의 70%가 날아가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엄청난 폭발성은 리스크를 무시한 과도한 차입에 근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바로 서브프라임 파문이 엄청난 폭발성을 안고 있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이번 파문의 종착지가 어디이고,끝나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불확실성이야말로 서브프라임 파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주된 근거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