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의 개마고원.

한국전쟁 최대의 전투가 18일간 벌어진 곳.

스미스 장군이 이끄는 미 해병 2만5800명과 송시륜 제9병단장 휘하의 중공군 12만8000명이 지옥의 사투를 벌였다.

장진호 얼음판 위에서 미 해병 병사와 중공군 병사가 마주섰다.

미 해병이 묻는다.

"너는 왜 이 얼음지옥에 와서 전쟁을 하는가?"

"메이 유 파쯔(그것은 내 능력 밖이다).그것이 인생 아닌가?"

이번에는 중공군 병사가 미 해병에게 묻는다.

"너는 왜 바다 건너 먼 이곳에 와 전쟁을 하는가?"

"역사나 인생에는 선과 악이 없다.

오직 그 강약이 있을 뿐,먼저 인간이 있고,다음 그들이 헤쳐 나가야 할 시대가 있다."

소설가 고산씨(67·본명 고정일)가 펴낸 전작장편 '얼어붙은 장진호'(동서문화사)의 대목이다.

고씨는 이 작품에서 전쟁과 인간의 근본 의미를 되묻는다.

극한상황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신,참혹한 전투와 생사의 접경,비극적인 서사의 단면들도 함께 펼쳐보인다.

그는 작품 말미에 당시의 희귀사진과 각종 통계표까지 곁들이며 리얼리티를 높였다.

또 다른 전쟁문학 한 편.월북작가 김남천(1911~51년)의 장편 '1945년 8ㆍ15'(작가들)가 60여년 만에 단행본으로 나왔다.

이 소설은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15일부터 다음 해 6월28일까지 '자유신문'에 연재됐다가 1947년 말 작가가 월북하면서 미완으로 남은 것.

진보적인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을 통해 해방 직후 우리 사회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남천은 평남 성천 출생으로 1929년 일본 호세이대학에 입학하면서 임화 등과 함께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 도쿄지부에 참가했고 1931년 제1차 카프 검거사건 때 체포돼 2년의 실형을 받았다.

고발문학론,모럴론 등을 반영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진보적 리얼리즘 구현을 위한 문예운동을 전개하다 1947년 말 월북했다.

1951년 남로당 숙청 과정에서 일가족과 함께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