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중 발행 예정인 10만원권과 5만원권 등 고액권에 들어갈 초상인물 선정을 놓고 한국은행이 제시한 '후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단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국민 의견 수렴 마감일(21일)이 다가오면서 시민과 회원들에게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로 안내 서비스를 보내는 등 '추천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전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최종 선정되도록 범시민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산 선생의 생가 등 유적지가 있는 남양주시는 다산 선생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한 전남 강진군과 다산연구소,다산문화교육원 등 다산 관련 단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시 홈페이지는 물론 지역 공무원들로 이뤄진 여유당학습동아리회와 지역 도서관 등의 홈페이지에 "한은 홈페이지에 다산 선생을 추천하는 글을 올리자"는 팝업창을 띄워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다산연구소 관계자는 "실학과 절약 정신을 강조한 다산 선생이 화폐에 들어갈 인물로는 적격"이라고 말했다.

여성계에서는 신사임당을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는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개발한 21세기 여성상인 신사임당이 신권 화폐 모델로 적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부클럽 강릉지회와 율곡학회 등은 강릉 오죽헌 입구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신사임당 추천 서명을 받고 있다.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흥사단은 안창호 선생 선정을 위해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흥사단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동숭동 흥사단 앞에 서명운동 부스를 설치하고 700여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 흥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2만여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로비에는 김구 선생의 초상화를 반영한 대형 10만원권 지폐 모형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뿌리인 김구 선생이 후보가 돼야 한다"며 네티즌의 의견 개진을 독려하고 있다.

이 밖에 경주김씨 종친회는 추사 김정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화여고는 이화학당 출신의 유관순 열사를 지지하자는 팝업창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해상왕 장보고기념사업회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회원들에게 한은 게시판에 장보고 지지글을 남길 것을 독려하고 있다.

장영실을 밀고 있는 과학계는 최근 2257명의 서명을 받은 건의서를 한은에 제출했다. 만해 한용운 선생에 대한 지지 움직임도 꾸준하고 한글학회는 주시경 선생 지지글을 호소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