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과거 폭락장 때는 약 20~30일 동안 주가가 2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위기국면의 하락률이 이미 20%를 넘어섰기 때문에 조만간 조정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게 하는 조사 결과다.

하지만 '주가 120일 이동평균선'(1655)이 힘없이 무너진 데다 위기의 내용이 예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과거 폭락장,20~30일간 20% 하락

과거 국제금융시장에서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20% 안팎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상황과 곧잘 비교되는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시 주가는 25일 동안 20.2% 떨어졌다.

또 2000년 초 뜨거웠던 정보기술(IT)버블 붕괴 당시엔 37일 동안 주가가 22.6% 하락했다.

2006년 5~6월 '버냉키쇼크'로도 불리는 글로벌 유동성 위기 때는 21일간 17.8% 떨어져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낮았으며,2001년 9·11테러 때도 14.9%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면 외환위기 때의 주가하락률은 36.8%로 가장 높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이번 신용 경색 국면의 하락률은 22%로 이미 2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조정이 마무리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신용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은 가파른 속도로 주가에 반영된 뒤,회복될 때도 빠르게 진정되는 속성이 있다"며 "실물경제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이번 급락장도 2~3주 동안 진행되다 'V'자 형태의 급속한 반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에도 20% 하락에 그칠까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러시아의 금융위기로 LTCM이 파산할 당시와 같은 혼란상황은 아니다"며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달 말쯤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중국과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의 경기가 양호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전체 주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로 낮아 경제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이 34% 안팎으로 낮아져 다른 나라들과 비슷해졌기 때문에 급락의 주범인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1600~1700의 박스권을 등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가 참고는 되겠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위기의 내용과 전개 과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본부장은 "예전과 다른 점은 대규모 부실이 실제로 잇달아 터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아직 위기가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이라 위험 관리에 치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