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서브프라임發 후폭풍 가시화
주택건설 건수가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고 고용시장 여건이 악화되는 등 미국 경제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충격이 지표로 하나 둘 나타나는 양상이다.

16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연율 기준으로 전월(146만7000건)에 비해 6.1% 감소한 138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1997년 1월 이후 10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 대비로는 21% 줄었다.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로 쓰이는 주택 허가 건수도 한 달 전에 비해 2.8% 감소한 137만3000건으로 조사됐다.

1996년 10월 이후 10년9개월 만에 최저치다.

고용시장도 악화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2만2000명으로 전주 대비 6000명 늘었다.

주당 청구 건수에 비해 변동성이 적은 4주 이동평균 청구 건수도 4750명 증가한 31만2500명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던 소비 부문도 힘이 빠져가는 모습이다.

올 2분기(4~6월) 미국 개인 소비지출 증가율은 1.3%에 그쳤다.

전분기(3.7%)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6월 중 소매 판매액은 아예 0.9% 감소했다.

이로 인해 소매업체들의 경기도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월마트가 최근 올해 전체 주당순이익 예상치를 종전 3.15~3.23달러에서 3.05~3.13달러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소비 부진을 우려한 때문이다.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 리 스콧은 "이번 분기의 성과는 우리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기대치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기도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는 최근 7월 제조업지수가 53.8로 전달(56)에 비해 2.2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의 전망치(55.5)를 밑도는 수준이다.

부문별로는 신규 주문이 같은 기간 60.3에서 57.5로 하락했고 판매가 부진한 바람에 재고는 45.3에서 48.5로 높아졌다.

이처럼 주택과 고용 소비 등 각종 경기지표에 빨간불이 켜지자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충격이 경제 펀더멘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견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UBS의 조지 매그너스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시나리오를 포함한 비관적인 전망들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낙관적인 분석이 우세하다.

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뚜렷한 데다 위험자산의 가격 하락이 오히려 경제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시장과 달리 실물경제에는 위기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신용위기가 미국 경제 침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