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주식시장은 낙폭을 줄이며 조심스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날 힘없이 1700선을 내줬던 코스피 지수가 오전 한때 1650포인트대로 추가 하락하는 등 섣불리 추세를 판단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 서브프라임 파장에 전세계 금융시장 '화들짝'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역시 막판 안정세를 보이긴 했지만 장 중 한때 3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유럽 증시를 급락세를 이어갔고 외환 시장에서 4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뛰어 오른 원/달러 환율은 950원을 향해가고 있다.

엔캐리 청산 우려가 불거지며 엔화의 가치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당초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섣부르게 예단했던 서브프라임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전세계 금융 시장이 쉽사리 충격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美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지만, 이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사면초가 상황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하룻새 1조원이 넘는 주식을 내던졌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 역시 개장 후 1시간도 안돼 3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붓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단순한 차익 실현이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부에선 서브프라임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실탄 장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관이 연일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지수 하락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도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다소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불안에 휩쌓인 글로벌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한화증권의 민상일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예전보다는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 2003년 유동성이 폭증했던 당시 들어왔던 자금 대부분이 매물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이 1700선 이후에서 적극적으로 매물을 내놨다는 점에서 지수가 1700 아래로 내려간 현 수준에선 외국엔 매도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단기 고통 감내해야..매수 기회일 수도

어찌됐든 외부 변수로 촉발된 이번 증시 조정이 한 동안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그간 일부 '버블'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증시가 쉼없이 줄달음질쳐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이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이날 분석 보고서를 통해 그 동안 지나친 낙관론에 젖어있던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다가온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우려로 움츠려들면서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응은 다소 과하다면서 4분기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출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고, 설비 투자를 통한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 구경제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양호한 펀더멘털 등을 감안할 때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증권사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이번 조정의 주요 지지선은 1650선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나대투증권은 "과거 LTCM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보다 경기 여건이 양호하다는 점 등에서 이번 가격 조정은 1650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음달 美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서 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보이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각국간 금리 스프레드와 환율 변동성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청산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

이 증권사는 "과거 경험상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는 조정이 20% 수준에서 마무리됐다"면서 "기술적으로도 120일 이동평균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단 점에서 1650선이 가장 무난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단기적으로 1600포인트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3개월 지수 목표치를 1780포인트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투자의견은 비중확대로 유지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면서 길게 보면 대형 우량주에 대한 새로운 분할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