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과 경쟁만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21세기 들어 정부로 대표되는 공공분야는 비효율의 대명사로 각인되고 있고 교육,보건의료,환경도 시장기능에 의해 공급되어야 할 대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빈곤 문제까지도 능력이나 노력의 결핍으로 치부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의 불안은 사회작동 원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혁명,공익 비즈니스'(구본형 외 지음,세종연구원)의 저자들은 이 근원적인 질문에 'No'라는 확답을 주고자 노력한다.

이들은 한 사회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초건강 기준을 정신적 건강,육체적 건강,환경,빈곤의 종식,'열림'의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공공부문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지를 펼친다.

정신적 건강에는 교육,육체적 건강에는 의료시스템,환경에는 비영리조직과 지자체의 활동,빈곤 종식을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그리고 '열림'을 위해서는 정부라는 공익 조직 또는 공익 비즈니스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요성이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비효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책에서 보여주지 못한 답을 주고 있다.

이들은 먼저 두 가지 분석을 수행한다.

첫째는 공공이 참여할 기초적 건강기준의 본질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보건의료사업에서 예방의학의 중요성,사람을 키우는 교육에서 창의력과 상상력,환경 분야에서 지역적 특수성을 특화하고 글로벌화하려는 노력,빈곤 종식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의지,그리고 '열림'을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에 기초한 정부의 사회적 건강 기준을 밝히는 것이다.

둘째는 실천방법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싱가포르에서 스페인까지,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가게에서 국립 암센터까지 광범위하고도 심층적인 사례분석을 통해 5가지의 건강기준을 실천하는 6개 주체의 활동방식을 설명한다.

각 사례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메시지는 공익기관 또는 공익 비즈니스 주체들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공익영역을 유망한 벤처산업으로 인식하고 고객 중심 사고와 고객지향형 행동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공익비즈니스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어떤 동기를 통해 고객 중심의 사고와 고객지향형 행동을 할 수 있는가.

저자들은 이에 대한 답을 공익조직의 존재의의에서 찾는다.

공익조직의 가장 중요한 작동원칙인 사명중심적(Mission-anchored) 사고 및 행동이 공익비즈니스 참여자의 동기유발 요인이라는 것이다.

당위론적인 원칙이라는 아쉬움은 남지만,공공부문의 존재 이유를 다른 어떤 것에서도 찾기 곤란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은 독자들의 통찰력에 맡겨도 충분할 것이다.

공적 영역에서 일하거나 종사하려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496쪽,1만8000원.

김태승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