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0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엔진과 함께 세계 1위 소형 건설장비 메이커 보브캣 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49억 달러 규모의 이번 글로벌 M&A는 국내업체가 추진했던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지역기반이 약한 미국과 유럽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것, 중대형 제품 외 소형제품으로 제품 구성이 확대된다는 것, 세계적인 브랜드 ‘보브캣’을 갖게 됐다는 것 등이 인수에 따른 주요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 속에서 한결같이 등장하는 문구는 바로 ‘중장기적인 시너지’라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단기간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수월치 않다는 의미다.

삼성증권은 지난 16일 보고서를 통해 M&A비용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30억 달러를 조달할 예정인데, 이자 비용 등이 부담이 될 수 있어 이를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CJ투자증권도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과 유럽 시장 교두보를 마련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차입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다, 대우증권에서 단기간 인수효과를 얻기 어려운 근거로 지적한 요인들은 좀더 따끔하다.

두산인프라코어나 애널리스트들이 꼽는 이번 인수 효과 중 대표적인 것은 소형장비 부문이 보완되면서 종합적인 중장비 구성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거꾸로 서로 다른 양사의 제품군이 단기간 시너지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고 보고 있다.

보브캣은 소형 건설장비나 농원/화원 관련 소형 장비들이 주요 제품인 반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제품은 토목, 건축 관련 중장비다.

서로 공유하는 제품 비중이 약 20% 정도라 소형장비 위주인 보브캣의 기존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소형장비 유통망에 얹을 수 있는 기존 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장비도 적다는 뜻. 보브캣 판매망을 통해 당장 판매할 만한 제품군은 굴삭기 정도에 그친다.

신고한 신제품 개발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투자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

성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의 브랜드 공유 효과도 쉽게 나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보브캣과 두산인프라코어는 판매지역, 판매방식 등 영업환경이 달라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

원체 기대감만으로도 움직이는 게 주가이긴 하지만, 결국은 실적이 말해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들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행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