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유령 '금융위기' … 중앙은행의 구원 독인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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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좇는 사람들 마음놓고 투기 부추겨"
"팔짱끼고 앉아있으면 더 큰 위기 불러"
로버트 루빈 전(前) 미 재무장관의 자서전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은 '멕시코 위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루빈 장관은 취임 첫날 멕시코 금융위기를 다루는 긴급회의에 참석한다.
회의의 결론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그러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를 우려한 의회의 반발로 자금 지원 문제는 쉽사리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
멕시코 경제 붕괴로 인해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후에야 400억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몰아친 요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9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 은행의 펀드 상환 중단 결정을 계기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40억달러를 투입하자 당장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고 나섰다.
이런 논란은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반복됐다.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가 고수익을 좇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 놓고 투기에 가담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광기가 낳은 인과응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준다면,궁극적으로 이 세상을 미치광이로 가득 채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는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말이 이런 우려를 대변한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최선의 처방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금융가이자 워런 하딩과 캘빈 쿨리지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앤드루 멜런은 금융위기로 인한 패닉을 '유해하고 유독한 열대 기후에서 공기를 정화하는 폭풍우'라고 정의했다.
그는 "패닉은 상업과 금융세계의 독소들을 정화해 활력과 건강을 회복시키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정상적인 무역과 건전한 진보,영구적인 번영으로 이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을 통한 정부의 긴급 자금 수혈로 마무리됐다.
일차적으로 어느 나라의 정치권도 금융시장의 붕괴를 태연히 지켜볼 정도로 심장이 강하지 않다.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무서움도 자금 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제가 벼랑으로 몰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 투자자들이 하나둘 자산을 털고 시장을 빠져나가게 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매물을 불러오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우울한 '예언'이 '현실'이 되어버린다는 얘기다.
정부 개입에 대해 찬성하더라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정확하게 언제쯤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가 하는 시점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너무 일찍 개입할 경우 시장의 내성을 키워 나중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고,너무 늦으면 멀쩡한 기업마저 자금난에 몰려 넘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팔짱끼고 앉아있으면 더 큰 위기 불러"
로버트 루빈 전(前) 미 재무장관의 자서전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은 '멕시코 위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루빈 장관은 취임 첫날 멕시코 금융위기를 다루는 긴급회의에 참석한다.
회의의 결론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그러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를 우려한 의회의 반발로 자금 지원 문제는 쉽사리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
멕시코 경제 붕괴로 인해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후에야 400억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몰아친 요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9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 은행의 펀드 상환 중단 결정을 계기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40억달러를 투입하자 당장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고 나섰다.
이런 논란은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반복됐다.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가 고수익을 좇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 놓고 투기에 가담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광기가 낳은 인과응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준다면,궁극적으로 이 세상을 미치광이로 가득 채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는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말이 이런 우려를 대변한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최선의 처방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금융가이자 워런 하딩과 캘빈 쿨리지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앤드루 멜런은 금융위기로 인한 패닉을 '유해하고 유독한 열대 기후에서 공기를 정화하는 폭풍우'라고 정의했다.
그는 "패닉은 상업과 금융세계의 독소들을 정화해 활력과 건강을 회복시키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정상적인 무역과 건전한 진보,영구적인 번영으로 이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을 통한 정부의 긴급 자금 수혈로 마무리됐다.
일차적으로 어느 나라의 정치권도 금융시장의 붕괴를 태연히 지켜볼 정도로 심장이 강하지 않다.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무서움도 자금 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제가 벼랑으로 몰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 투자자들이 하나둘 자산을 털고 시장을 빠져나가게 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매물을 불러오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우울한 '예언'이 '현실'이 되어버린다는 얘기다.
정부 개입에 대해 찬성하더라도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정확하게 언제쯤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가 하는 시점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너무 일찍 개입할 경우 시장의 내성을 키워 나중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고,너무 늦으면 멀쩡한 기업마저 자금난에 몰려 넘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