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취임한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57)은 간부들에게 "일상적인 결재는 모두 전자문서로 올려라"고 지시했다.

간부들이 결재 받으려 대기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다.

금감위 국장 및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이 참여하는 간부회의 횟수도 대폭 줄였다.

그래서인지 "위원장 얼굴 보기 힘들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다.

김 위원장은 출퇴근 시간도 '칼'이다.

오후 7시 넘어 사무실에 남아 있는 일은 없다.

한 지인은 "재무부 사무관 시절에 5년가량을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근무했는데 그 때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일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되는데 굳이 퇴근을 늦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론이다.

금감위 한 간부는 "혁신을 강조하듯이 본인 스스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관심이 높고 일처리가 깔끔하고 심플하다"고 전했다.

대면결재를 없앤 것도 같은 취지다.

김 위원장은 재무관료 중 최고의 국제금융통으로 꼽힌다.

이규성 전 재무부 장관은 그의 능력을 간파,선배를 제치고 김 위원장을 국제금융국장으로 발탁했다.

사공일 전 장관은 "최고의 국제금융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미스터(Mr) 원'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폭넓은 국제 인맥을 갖고 있다.

1990년대 국제외환시장에서 '미스터 엔'으로 이름을 날렸던 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현 와세다대 교수)과는 지금까지도 각별한 친분을 맺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와는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는 사이다.

국제업무정책관 시절 카운터 파트너였던 일본의 미조구치 젠베 전 재무관(현 시마네현 지사)과도 교분이 두텁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토머스 번 국가신용등급 담당 부사장은 "내가 알고 있는 한국 관료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국내 재무관료 중에서는 '국제통'으로 간주되는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이 김 위원장과 가깝다.

행시 13회인 김창록 총재는 15회인 김용덕 위원장에 앞서 19991년 국제금융과장,1993년 외환정책과장을 맡았다.

양천식 행장(16회)은 김 위원장 뒤를 이어 1999년 국제금융심의관을 지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한직으로 통했던 국제금융 분야 출신들이 최근 들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는 금융의 국제화가 급진전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시동기로는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김규복 코딧(옛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부산대 석좌교수) 등이 있다.

김규복 이사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 "매사를 사전에 미리 꼼꼼하게 잘 챙기는 스타일인데다 상황판단과 사태파악 능력이 출중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권 부총리와도 궁합이 잘 맞아 금융정책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재경부 차관을 지내고 지금 세명대 총장으로 재직중인 김광림씨는 손아래 동서다.

용산고 인맥도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취임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일할 때 용산고 2년 후배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22회)가 여러가지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지난 2월 연임한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이 용산고 20회로 김 위원장과 동기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21회),조성익 증권예탁결제원 사장(22회),지난 5월 3연임에 성공한 김우평 SK증권 사장(22회)도 용산고 멤버다.

은행계에서는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14회)가 용산고의 금융계 맏형격이며 이경준 기업은행 전무(17회),김동원 국민은행부행장(21회),이성준 산업은행 이사(22회) 등도 포진해 있다.

고려대 출신인 김 위원장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씨와 정덕구씨에 이어 고대 출신 경제장관에 이름을 올렸다.

금감위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성실한 재무관료로 보면 된다"며 "과거 경제부처 장관처럼 마당발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인맥을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일이 없고,아무나 만나지도 않고,좋은 사람을 가려 만나 그 관계를 돈독하게 가꿔 나가는 스타일이라는 것.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김 위원장을 각별히 아끼는 후배로 꼽고 있다.

증권가에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대표적인 고대 인맥이다.

이 밖에 동향(군산)인 신상훈 신한은행장과도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