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재건축→원점 재검토→최종결론 또 못내

연내 재건축 또는 이전 중 어느 한쪽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 문제가 또다시 장기 표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의 현대화로 기대됐던 연 550억원의 유통비용 절감이 물거품되는 것은 물론 농어민 유통인 소비자 등이 노후시설에 따른 불편을 당분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가 '법적 권한'도 없는 위원회에 이 일을 맡기는 바람에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농수산물공사 산하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최근 가락시장 이전·재건축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시에 제출한 뒤 공식 해산했다.

이 위원회는 당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전·재건축의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 지난 3월 구성,운영돼 왔다.

공사 관계자는 "위원회가 약 5개월간 가락시장 재건축과 이전을 놓고 면밀히 검토해 왔으나 그린벨트 해제,대체부지 확보 등 위원회의 권한을 벗어난 문제가 있어 결국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종 결론은 어차피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시도 난감한 입장이다.

옮기는 게 가능한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현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농수산유통과 관계자는 "이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그린벨트 해제와 이전부지를 관할하는 지자체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문제"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이전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약 45만평)으로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때문에 이전을 위해서는 하남시와 정부의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하남시는 김황식 시장이 광역화장장 문제로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가 있어 정상적인 행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권 말기에 접어든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줘야 할 문제지만 지금 시기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아무래도 연내 재건축·이전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애초 가락시장의 재건축·이전 문제를 법적 권한이 없는 위원회에 맡겨 놓는 바람에 시간과 행정력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강감창 서울시 의원(송파4)은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도매시장의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위한 것이지 도매시장을 재건축할 것인지 이전할 것인지를 다룰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면서 "서울시가 이러한 내용조차 미리 파악하지 못한 채 위원회에 결정권을 위임한 것은 아마추어 행정의 표본"이라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또 "위원회가 해외시찰,여론조사,공청회 등을 위해 쓴 비용도 엄청나다"며 "이 비용은 이제 고스란히 농어민,유통인,소비자 등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